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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40% 하루 10달러도 못벌어

FT "신흥국 중산층 10억명 빈곤층 전락 위기"

세계은행 소득분배자료 분석

중국·인도 경제성장 느려지며 다른 신흥국도 큰 타격 입어

부 재분배 등 개혁 목소리 커져



빈곤에서 겨우 벗어난 전세계 10억명의 신흥국 중산층이 다시 빈곤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흥국들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30년 동안 전세계 빈곤층의 비율은 크게 낮아졌지만 최근 들어 중국·인도 등의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이제 막 중산층에 진입한 계층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세계은행의 각국 소득분배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가장 최근(2010년) 조사에 따르면 122개 개발도상국 인구 가운데 하루 소득 2~10달러(약 2,080~1만380원)로 생활하는 '취약 중산층(fragile middle)'은 세계 인구(70억명)의 40%에 해당하는 28억명에 이른다. 취약 중산층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설정한 중산층(하루 소득 2달러 이상)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중산층(하루 10~100달러) 사이 계층을 뜻한다. 이 가운데 2달러를 조금 웃도는 인구는 언제든 빈곤선(하루 소득 1.25달러 이하)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FT는 28억명의 취약 중산층 가운데 하루 소득 2~3달러 구간에 속하는 인구가 9억5,200만명으로 신흥국 경기둔화에 따라 이들이 빈곤층으로 미끄러질 위험도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2000년대 연 10%를 넘나드는 성장세로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은 올해 7.5% 성장률 달성도 위태로운 상태다. 인도 역시 지난해 10년 만의 최저치인 4.7% 성장에 머물렀다. 세계은행은 최근 "신흥국 경제는 앞으로 2008년 금융위기 전보다 2~2.5%포인트 낮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인도·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은 빈곤층 감소와 경제성장률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 경기둔화는 중산층 붕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한해 전세계 빈곤층 노동자 수가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감소율로 신흥국 경기둔화의 여파를 반영하는 수치"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우시크 바수 세계은행 수석 분석가는 "최근 몇년간 빈곤선을 탈출한 계층이 또다시 빈곤의 덫에 걸릴 위험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중국 경기둔화가 나머지 신흥국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중국·인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과 함께 1980년대까지 세계 빈곤층의 4분의3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전세계 빈곤층 숫자도 극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1990~2011년 전세계 빈곤율은 40%대에서 20% 초반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전세계 빈곤층 탈출 인구 가운데 중국·인도 출신의 비율은 70%에 달할 정도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라 오는 2030년에는 전세계 빈곤층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둔화로 신흥국 중산층의 대거 붕괴가 예고되면서 경기둔화세를 막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또 한번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바수 수석 분석가는 "신흥국 정부는 구조개혁 등 중산층을 지키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이 많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최신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뿐 아니라 부의 재분배 문제나 소득세 같은 조세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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