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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보이는 성공, 손에 잡히는 성공

분당 서현 율동공원에서 뽕잎칼국수점을 3년째 운영하는 회원이 있다. 3년 전 처음 상담차 찾아왔을 때는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상태. 안산에서 창업강의를 들은 게 인연이 돼 창업대행을 의뢰했던 것이다. 사실 당시 경제가 썩 좋은 편은 못됐다. 잘되는 업종보다는 안되는 게 더 많았고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힘들어도 계속 직장 생활하는 것을 권유하는 게 당시 상담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당시 그들 부부의 창업자금은 퇴직금을 포함해 1억8,000만원 정도.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에 넉넉한 돈도 아니었다. 상담 초기에는 보다 쉽게 인건비를 줄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퓨전요리 주점도 고민 대상 업종이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시작하면 계속 노하우를 축적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업종으로 바꾸면서 꾸준하게 창업을 하고 싶다는 게 그들의 뜻이었다. 긴 시간 의논 끝에 칼국수전문점으로 결정했고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서울, 수도권 주변에 칼국수로 소문난 집은 거의 다 다녀본 것 같다. 칼국수전문점의 성공 요인은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에 어우러지는 감칠맛 나는 김치 맛에 좌우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매장 확보를 서둘렀다. 때마침 율동공원 내 권리금이 없는 매장 정보가 입수돼 그곳으로 결정했다. 창업 초기 공원이라는 특성상 주말에만 손님이 있고 주중에 매출이 떨어져 자리 잡을 때까지 고생도 많이 했다. 사실 음식점의 성공 요인은 다른 무엇보다 맛이 첫째다. 물론 어울리는 인테리어와 음식 가격, 마케팅전략 구사 등등 모든 면이 맞아떨어져야 함은 당연한 일. 점포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부부는 노하우 전수 코스를 밟아나갔다. 좋은 맛을 내는 전수자를 통해 육수ㆍ면발ㆍ김치 맛 등 하나하나 배우고 중간중간에 그릇ㆍ집기ㆍ비품 구입 등 개점 과정을 밟아나갔다. 한겨울에 두달간 거의 매일 공사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을 끝냈다. 눈까지 오던 날 개점 2일을 앞두고 율동공원이 눈앞에 펼쳐진 매장에서 전체 과정을 시연하고 났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다. 개점을 하고 난 후 나는 가끔씩 손님으로 매장을 찾았다. 갈 때마다 놀랄 때가 많았다. 전수받은 기본 노하우에 그들 부부의 장점이 녹아나 점점 더 체계가 잡혀나가는 게 보였다. 사실 전체 일을 대행했던 필자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그런데 얼마 전 율동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손님은 너무 많은데 사실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다는 것. 겉보기와는 달리 노력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충격이었다. 개점 초기에는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자리가 잡혀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고 기다렸다 먹고 가는 사람들까지 생겨 아예 예약을 하는 고객들도 늘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문제는 고객이 많은 만큼 서빙요원 및 재료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 실질적으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다는 것. 점주 부부와 의논한 후 결론을 냈다. 손님 수가 줄더라도 제대로 대접하고 제값을 받자는 것이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창업 전문가로서는 눈에 보이는 성공보다는 손에 잡히는 성공을 권하기로 했다. 우선 음식을 추가해 코스 메뉴로 만들면서 가격대를 높이기로 했다. 객단가를 높일 수 있어 좋고 그만큼 고객 수가 줄어 제대로 서빙을 할 수 있기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고객이 고객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ㆍ창업대행 업무를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상담의뢰자들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고나 할까. 기대된다. 기존 매장 운영을 하면서 며칠째 코스요리 노하우를 전수받고 전략을 수정해나가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들 부부를 만날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 성공의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면 보기에도 좋다. 주위 사람들까지 기쁘게 하는 그들 부부. 맛으로 뿐만 아니라 칼국수 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너무 감사하다. 3년을 하루도 안 쉬고 매장을 운영해왔던 부부에게 일주일에 1번은 쉬면서도 전에 올렸던 수익보다 높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창업대행 업무를 보는 전문가로서 마음이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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