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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4월 29일] 법, 안 지켜도 되는 것?

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됐다. 법원은 우습게 됐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가 그렇게 만들었다. 법원은 전교조가 조 의원을 상대로 낸 명단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개하지 말도록 결정했으나 조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버렸다. 이에 전교조가 다시 간접강제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어길 경우 매일 3,000만원씩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조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법원결정 뭉갠 전교조명단 공개 명단 공개의 파장은 엄청났다.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될 정도였다. 조 의원은 공개 후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한 일이라면 한건 크게 한 것이며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교수 출신으로 강단에 있을 때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을 낼 만큼 줄곧 비판적 입장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개인의 정치적 이익만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다. 간접강제 결정에 대해 '파산을 하고 빚쟁이로 살더라도'라며 불복의사를 밝혔다니 오히려 그 일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전교조에 대해 조 의원 못지않게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참교육과 학원부조리 추방이라는 초창기의 순수성을 이탈해 집단이기주의나 이념에 매몰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도 명단공개에 찬성한다. 전교조도 자신들의 활동이 떳떳하고 올바른 것이라면 이름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 의원의 행동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그는 법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의 언행은 안하무인 격이다. 또 대단히 위험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판단과 결정이 잘못된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항고 등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하는 게 옳은 일이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은 떼를 쓰는 일로 명백한 잘못이다. 조 의원이 그동안 전교조에 날을 세운 것도 전교조가 법과 원칙에 어긋난 활동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잘못을 공격해온 사람이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야 되겠는가. 야당이나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불법시위나 파업 등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여당은 법질서 준수와 법대로 처리를 외쳐왔다. 불법시위 등의 사회적 비용만도 10조원이 넘을 만큼 엄청나다는 점에서 법질서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법을 우습게 알거나 무시하는 사회는 선진국일 수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것도 여당의원이 법을 무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면 그게 통할 리가 없다. 법질서 무시풍조 부채질 우려 조 의원이 밝힌 가처분 결정 볼복 이유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그는 국가기관끼리의 문제라서 국가기관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법원의 월권이라고 강변했다. 위험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행정부가 마음대로 법을 무시하고 위반해도 국가기관의 판단이니 법원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독재를 해도 국가기관의 판단이니 괜찮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깔아뭉개는 생각이다. 명단공개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권리와 교육권을 보장하고 전교조의 잘못된 노선을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제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법을 무시하고 억지와 폭력으로 자신의 주장이나 입장을 관철하려는 풍조가 퍼져 있는 실정이다. 조 의원의 행동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전경련의 국민의식 설문조사결과, 법질서를 가장 안 지키는 곳으로 국회와 정치권이라는 응답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났는데 조 의원이 실증사례를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사려 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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