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재건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지난달 초 최대 1억원 가까이 늘어난 추가분담금이 공개되면서 가격이 떨어진데다 사업시행계획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됐던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사업 지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에 금용 비용 부담 등으로 추가분담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단기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입지 여건이나 단지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투자가치가 높은 단지인 만큼 가격이 조정된 시점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도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한 달 새 7,500만원 떨어져=7일 송파구 가락동 중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추가분담금이 발표된 후 가락시영 2차 50㎡(이하 전용면적)의 매매가격은 한 달 새 7,500만원이나 내려앉았다. 추가분담금 통지가 이뤄진 지난달 초 7억6,500만원을 호가하던 가격이 7일 현재 6억9,000만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2차 40㎡는 5억9,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1차 40㎡는 5억4,000만원에서 4억9,500만원으로 각각 시세가 하향 조정됐다. 지분이 가장 큰 2차 56㎡도 9억5,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7,000만원이나 빠졌다.
문제는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시행계획이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말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승인결의 무효확인소송에서 조합에 손을 들어준 원심의 일부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008년 받았던 사업승인계획이 무효는 아니지만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간혹 매수문의가 오기는 하지만 선뜻 거래에 나서지는 않는다"며 "휴일 소송 결과가 알려진 후에는 집주인들의 문의만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초의 사업시행계획이 취소됐기 때문에 2013년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안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에 관하에서는 새로운 계획으로 볼지 원래 계획의 연장선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판례가 엇갈린다"며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2012년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새로 받은 사업시행변경안은 3분의2 조합원의 동의로 총회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잠잠했던 비대위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현 조합장의 해임안을 총회에 상정하기 위해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 투자 적기 의견도=전문가들은 추가부담금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시세가 떨어진 지금이 투자하기에는 적기라는 분석이다. 재건축 이후 가락시영 85㎡의 시세가 잠실의 85~90%일 것이라고 가정하면 현재 시세 수준으로 최소 3,000만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영이 현재 급매물 시세가 5억4,000만원인 2차 40㎡를 매입해 84㎡에 분양 신청할 경우 추가부담금은 최고 1억5,442만원이다. 6억9,442만원을 들여 84㎡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잠실 리센츠 84㎡의 시세가 8억5,000만원에서 10억원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봐도 재건축 이후 가락시영 84㎡의 시세는 최소 7억2,250만원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등의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적정수준에서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단기적으로야 사업지연 등으로 추가부담금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가락시영은 인근에 개발사업 등이 많아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투자가치가 높은 재건축 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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