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애써 모아 놓은 노후자금을 부도난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해 모두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TV화면 속의 은퇴자들의 모습은 금융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제정,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를 두도록 하고 금융상품의 설계부터 판매ㆍ사후관리까지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제도상으로만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제도는 금융회사에는 많은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는 여러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꼭 실제적인 효과를 거둬야 한다.
실효성 있는 금융소비자보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또는 영업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아무리 판매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상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더라도 금융회사 오너나 경영자가 조직적으로 특정상품의 판매를 독려한다면 금융소비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시간을 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금융회사의 오너나 경영자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나 단기적인 영업성과를 위해 특정상품에 대한 밀어내기 식 영업을 시도할 유인이 매우 강하다. 특히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관행은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자문형랩, 브라질국채, 30년 장기채 판매 등 최근 집중적으로 판매됐다가 큰 손실을 입은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 무리한 영업정책의 결과였다.
영업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판매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금융소비자들은 이런 회사들을 선택하고 이용함으로써 다른 회사들도 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감독당국은 규제 내용은 최소화하되 집행은 엄격하게 해 소비자보호에 힘쓴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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