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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병철 부회장의 노추(老醜)


추석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수감됐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는 단연 이 사건이 화제였다. 격한 논쟁도 벌어졌다. 곽 교육감을 옹호하는 쪽은 재판결과가 나온 다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교육 지도자로서 이미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는데도 왜 사퇴하지 않느냐고 혀를 찼다. 같이 말을 섞던 기자는 문득 '데자뷔'를 본 듯한 착각에 빠졌다. 권위와 지지를 잃어버린 고위 인사가 자리에 연연해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팽개치며 '노추(老醜)'를 보이고 있는 장면 말이다. 이와 비슷한 장면을 하나 더 보자. 곽 교육감이 수감되기 이틀 전인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양철'의 하나로 비판받고 있는 정병철 상근 부회장이 다시 한번 특유의 독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통령과 재계, 국민들이 촉구하고 있는 전경련의 변화를 한마디로 묵살한 것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가 마이크를 요청해 "대통령이 당부한 전경련의 쇄신을 추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거듭되는 질문에도 그는 "쇄신할 이유가 없다"고 수차례 말을 잘랐다. 오기를 부렸던 정 부회장은 그러나 10여분뒤 급히 홍보실장을 시켜 "이달 말 전경련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며 말을 바꿨다. 가만 생각해보니 대통령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자신의 경솔한 태도가 순간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경박한 언행과 무능, 독선적인 태도로 재계와 국민의 반발을 사왔다. '재계의 입'은 고사하고 소통 대신 불통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평소 언론과의 자리를 기피하던 그가 최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승철 전경련 전무와 나눠 세 차례 걸쳐 기자들에게 술을 사주며 자신의 억울함과 일 잘하는 전경련에 대해 일장훈시조로 항변했다고 한다. 사라진 권위는 꼼수를 부린다고 되살아나지 않는다. 자리에 연연한다고 해서 무능함이 유능함으로 바뀔 수도 없다. 물러날 때를 모르는 '노추'는 곽 교육감 하나로도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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