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ㆍ상습 체납자 993명 인적사항 공개한다
대구 서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K(55)씨는 2002년 12월부터 5년간 건강보험료 7,867만8,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1년에 1,570만원, 한 달에 131만원 꼴이다. K씨가 법률사무소에서 버는 돈은 한 달에 710만원에 이르며 승용차도 3,000cc와 2,500cc 2대를 굴리고 있다.
한 해 종합소득이 1억1,751만원에 이르는 연예인 A(40)씨는 2007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3년 넘게 건보료 2,543만원을 연체했다. 안과의사인 Y(56)씨도 2007년 3,069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했다. Y씨는 안산에 있는 병원에서 한 달에 590만원을 받고 근무하고 있지만 보험료 완납을 수년째 미루고 있다.
자영업자 P(50)씨는 225억원을 웃도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무려 7,377만원의 건보료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1,000만원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체납자들의 면면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액 체납자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기로 한 이유는 건보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버티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들은 자신의 인적사항이 노출되면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터라 자발적인 납부를 유도하려는 공단의 의도도 담겨있다.
공단 관계자는 “상습 체납자에게 연체된 건보료를 자진 납부하도록 하고 예금채권이나 자동차 등을 체납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연체된 돈을 내지 않고 있어 명단 공개라는 강력한 수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건보료 체납행위는 개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기업체 등 법인도 고액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어서 건보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R건설은 서울시 종로구에 건물 등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09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무려 1억3,247만원의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이번 체납자 정보공개를 계기로 다수의 기업이 체납 보험료를 납부할 것으로 공단은 기대하고 있다.
공단의 강수는 정보공개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1년 지난 건보료 체납액이 500만원만 넘어도 인적사항이 신용정보집중기관(은행연합회)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럴 경우 체납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명단이 공개된 고액ㆍ상습 체납자는 병원을 이용할 때 진료비를 전액 부담시키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어서 정보공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주주목되고 있다.
이동욱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금도 보험료 체납자에 대해 급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으므로 의료기관에서 체납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면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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