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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새판짜기 시작됐다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단독으로 기습처리함으로써 여야 관계는 최악의 경색국면을 맞았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협상파 의원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본회의장 안에 최루탄이 등장하며 예전과 다름없는 구태를 보여줬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눈길이 차가워지는 이유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주장하는 차기 대권주자에게 한층 더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18대 국회 들어 3년 연속 여야는 연말연시마다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놓고 몸싸움을 벌여왔다. 여당은 밀어붙였고 야당은 밟고 가라는 식이었다. 조율점을 찾지 않고 선명성 경쟁에만 매달린 것이다. 올해 도마 위에 오른 한미 FTA는 도덕적 상처를 입은 채 통과됐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 전면개방 보완 등 실리조차 만들지 못했다. 한미 FTA로 인한 국익 못지않게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부실해진 것이다. 농축수산업은 물론 법률ㆍ회계ㆍ금융ㆍ의약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기존에 지지했던 여권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물론 현 집권세력은 노무현 정부에서 끝맺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한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최대 치적의 하나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몸싸움과 고성 장면을 국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언론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았던 여당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내부 장면을 고스란히 알렸다. 이를 통해 여야 의원은 너나없이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2주일가량 점거했던 민주노동당은 이날 본회의에 최루탄을 살포했다. 외연을 확대하려는 진보세력의 노력도 이 한 번의 장면 앞에 무너진 것이다. 앞으로 정국은 상당 기간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간 대화 길이 막히면서 예산안과 쟁점 법안은 물론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까지 줄줄이 처리가 밀리는 것이다. 여야의 대화부재에서 비롯한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며 차기 총선에서 기존 정당 소속 후보가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청년취업ㆍ비정규직 지원법을 약속한 한나라당은 관련 법안을 처리할 동력을 상당 기간 잃게 됐다. 이미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안철수ㆍ박원순ㆍ박세일ㆍ윤여준 등을 주축으로 신당설이 힘을 받고 있다. 대중도신당을 주장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총선에 후보를 낼 뜻을 밝혔다. 예전에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면 신당이 등장하고는 했지만 현실정치권에서 힘이 미약했다. 그러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무당파 지지층은 안 원장의 기부와 뒤이은 여야의 구태가 대비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민주당의 손학규 등 기존 정당의 대권주자들은 찬반 지지세력 안에 묻히면서 대권주자로서 상처를 입었다는 해석이다. 최근 청년층과의 접촉을 늘리며 정책은 물론 정치쇄신을 주장한 박 전 대표도 기습처리라는 구태에 동참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렸던 사안임에도 야권 통합에 얽매여 막무가내 반대만 주장했다는 당내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여야가 각각 30% 정도만 지지를 받는 정치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념이나 지역을 벗어나 중도층을 중심으로 합리적 진보와 보수 세력을 아우르겠다는 신당이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기존 정당 소속 인사들의 신당 러시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경제적인 국익을 앞세운 한미 FTA지만 그 결과는 정치권 전체의 새 판 짜기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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