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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법 칼 휘두르는 중국… 신보호무역주의 행보 심상찮다

차·IT까지 무차별 적용

정부조달 품목 리스트서 아이패드·맥북 등 제외

"中서 발 뺄수도 없고…" 벤츠 등 글로벌차업체

부품값 인하 몸 낮추기

지난해 7월 중국 반독점 당국은 30여개의 다국적기업 법무담당 임원들을 베이징의 한 호텔로 불러 반독점 위반사례를 자진신고하라고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쉬신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반독점국장은 "만약 당신이 중국과 싸울 작정이라면 과징금이 2~3배 늘어날 것을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중국 당국은 기업의 횡포와 시장질서 훼손에 대응해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반독점법이라는 칼을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휘두르고 있다. 조사대상도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분유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품목에서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으로 확대됐다. 타깃이 된 기업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인하 등을 단행하며 당국에 굴복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18일 론칭할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을 구형보다 3만~5만위안(502만~837만원) 낮은 43만~45만위안으로 책정할 예정인데 이는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경쟁관계인 중국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구 언론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아우디 등 다국적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시진핑 정부의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본격적인 부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IT 무차별 공격=지난해 LCD, 분유, 금은 가공품, 유류, 통신 등 서민생활에 직접 연관이 있는 품목에 집중됐던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올해는 부패의 상징인 럭셔리 자동차와 IT로 확대됐다. 중국 신경보는 NDRC가 폭스바겐아우디와 크라이슬러에 대해서는 이미 반독점 행위를 확인해 조만간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자동차부품 가격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의 12개 자동차 업체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 등에 대한 조사에서도 부품 가격 독점, 딜러망을 이용한 가격담합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던 BMW 역시 지난 6일 쑤저우·우시 등 5개 도시 딜러망에 대해 예고 없는 조사가 이뤄졌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자동차와 부품 가격을 내리며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25일 재규어랜드로버를 시작으로 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크라이슬러가 잇달아 자동차 혹은 부품 가격을 인하했고 BMW도 가격 정책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IT 공룡인 MS도 반독점 조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말 MS 베이징본사와 상하이·광저우·청두 등 4개 사무실에 예고 없이 방문한 후 메리 스냅 MS 부사장을 조사하기 시작한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은 6일에는 랴오닝·푸젠·허베이의 사무실을 방문해 서류와 e메일·컴퓨터를 압수했다. 전문가들은 MS의 중국 내 영업이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는 반독점보다는 미국 정부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보고 있다.



FT는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로펌인 테일러웨싱의 저우자오펑은 "과거 반독점 조사의 경우 어떤 법률에 의한 것인지 명확했지만 이번에는 근거조차 불분명하다"며 "일부 기업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조달품목에서 아이패드 제외=강도 높은 반독점 조사와 더불어 정부조달품목 제외도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떠올랐다. 중국 국영기업과 관계사들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에 조달시장 제외는 곧바로 시장진입 차단을 의미한다.

6일 NDRC와 재정부는 7월 조달품목에서 애플의 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 맥북 에어, 맥북 프로 등 열 가지를 제외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MS의 윈도8의 정부기관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달 3일에는 미국 시만텍과 러시아 카스퍼스키를 정부 공인 보안백신 공급업체 명단에서 제외했다. 중국 정부는 또 보안을 이유로 자국 내 기업들에 IBM 하이엔드 서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중국은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 기업의 제품이나 소프트웨어가 감청수단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5월 미국 법무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5명을 산업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 것도 중국 정부의 잇따른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해킹과 도청 등 미중 간 보안갈등이 결국 미국 업체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사이익 보는 중국 기업들=반독점법의 최종 목적은 중국 내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FT는 시 주석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사실상 확산됐다고 지적하며 사이버 보안과 식품안전을 구실로이뤄진 구글·월마트·KFC·스타벅스·맥도날드 등에 대한 공격은 결국 자국 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IBM 서버 사용제한 발표 이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IBM 서버를 제거하고 시중은행에도 사용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초에는 중국건설은행(CCB) 신장지점에서 자국산 서버인 인스퍼그룹의 '톈숴K'로 교체 시범운용을 실시했다.

MS의 반독점 조사에 최근 중국 소프트웨어(SW) 업체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하이룽소프트웨어·베이신위안·룽지소프트웨어·랑차오소프트웨어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저가 서버 기업인 랑차오는 델·화웨이·IBM·HP 등의 업체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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