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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 8일]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빠른 고령화, 가장 긴 근로시간, 가장 높은 사교육비 부담, 높은 자영업 비율, 높은 자살률과 및 빈곤율, 낮은 생활 만족도’ 등이 한국사회의 특징으로 요약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제ㆍ사회ㆍ환경 등 주요 분야의 지표를 수록한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의 자화상이다. 거시경제나 과학기술 등의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는 다른 회원국과 비교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겉으로는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사회구조가 뒤틀리고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삶은 한마디로 뼈빠지게 일해도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근로시간은 연 2,316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500시간 이상이나 길다. 이처럼 열심히 일해도 얻는 삶의 만족도는 전체 평균지수 53.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1로 한심한 수준이다. 힘들게 번 돈을 사교육비로 쏟아붓다 보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여유도 그만큼 적다. 사회가 사교육과 같은 군비경쟁이 치열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져도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및 높은 사교육비 부담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방치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사회의 활력과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하는 보람은 삶의 질 향상이 동반될 때 찾을 수 있다. 빠른 고령화 속도가 말해주듯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려면 삶의 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OECD 지표가 말해주듯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제발전도 삶의 질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부존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뼈빠지게 일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에 정책적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특히 과도한 사교육과 부동산투기 경쟁 등에 의해 뒤틀리고 왜곡된 경제사회구조를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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