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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선 후 정면을 보면 근처에 '규장각(奎章閣)'이라는 건물이 사진처럼 있다. 대개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곳에도 있다니. 둘 다 규장각이 맞다. 후원에 있는 규장각은 정조의 즉위 첫해인 1776년 세운 곳이다. 하지만 후원 깊숙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신하들이 들고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규장각의 업무도 늘어났다. 그래서 5년이 지난 1781년에 이전한 곳이 지금의 위치다. 후원의 것은 그냥 '주합루'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규장각은 정조 정치의 대표적인 제도다. 처음에는 학술 및 정책연구기관으로 시작했지만 곧 친위세력 집결지로서 정조의 정치를 지지하는 최대의 버팀목이 됐다. 정조의 규장각은 세종의 집현전과 비교된다. 모두 국왕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이자 권력기관이었다. 다른 점은 두 기관과 국왕의 관계다. 군신 관계가 균형을 이뤘던 세종 때는 집현전이 독자 권력화하면서 이후 세조와도 맞서게 된다. 하지만 국왕의 수족에 불과했던 규장각은 정조가 죽자 곧바로 쇠퇴하고 연구·도서관리 기능만으로 유지됐다. 이는 지금 서울대학교 안의 '규장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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