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지만 중국은 부동산 버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긴축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의 경기둔화로 당분간 긴축정책을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의 미국 부동산 시장에 비해 훨씬 더 큰 거품을 안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긴축 기조는 경기둔화를 넘어 경착륙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쏟아지는 긴축조치=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1년물 국채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인민은행 웹사이트에 따르면 은행은 지난주 1.9264%의 이율로 매각했던 1년물 국채를 이날 2.0096%에 팔았다. 중국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나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이처럼 잇달아 유동성 흡수 조치를 쏟아내는 바람에 '은행 간 유동성 경색'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규제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 전 미국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규모가 더 크고 근본적이며 단순한 거품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FT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 대해 이처럼 '직격탄'을 날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국이 앞으로도 긴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3주택 보유자에 대한 대출중단, 거래세ㆍ인지세 부과 등 각종 부동산 투자 억제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경기속도 조절'에 무게 실려=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긴축조치가 경제성장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은 선진국보다 양호한 경제상황이 유지되는 만큼 안정적인 장기 성장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이날 일본 도쿄에서 "유럽 채무위기로 전세계가 '더블딥'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주요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우려했다. 원 총리는 "아직은 경기둔화 위험과 과열의 경계선상에 있는 만큼 위기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다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률 증가, 위안화 절상 국면 대비 등을 언급하며 일련의 긴축조치들이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한 수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부동산 시장 규제 조치가 잇달아 시행되는 데는 빈부격차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리 교수도 "중국 주택시장은 거품 위험과 함께 가격 폭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상 이뤄질까=잇단 긴축조치로 금리인상이나 위안화 절상 등 본격적인 긴축조치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당분간은 금리인상 등이 이뤄지더라도 소폭 상향 조정하거나 일회성의 선언적 인상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국채 발행 금리를 인상한 것도 강도가 낮은 유동성 흡수 조치일 뿐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은 자제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로존 위기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며 중국 보유외환의 평가금액이 급감한 것도 위안화 절상을 늦출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FT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움직임이 보다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유로 위기가 통제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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