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합병된 크림 지역을 '흑해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지역을 '카지노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푸틴이 과거 강력한 도박규제 정책을 편 전력이 있어 자기모순적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경제적 관점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위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크림 지역을 '도박지구'로 선정해 합법적인 카지노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러시아 의회에 제출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만만치 않은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크림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15억달러(약 1조5,580억원)에 달하며 이를 제외하고도 올해에만 28억달러(약 2조9,080억원)의 긴급 보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푸틴의 카지노 계획은 이 지역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여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뉴스위크는 설명했다.
푸틴은 지난 2006년 "도박은 술·마약에 못지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높고 조직적 범죄에도 악용되고 있다"며 러시아 내 대부분 지역의 카지노 및 슬롯머신 업체를 폐쇄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에서는 주요 도시와 한참 떨어진 국경 지역 네 곳에서만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하다.
정책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푸틴의 이번 결정은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의 도박산업 리서치 업체인 갬블링컴플라이언스의 앤드루 젤라틀리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도박산업이 성공하려면 근처에 (도박 외 여행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규모가 큰 레저 공간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본토나 그 밖의 주요 도시로 연결된 도로조차 없는 크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캘리포니아가, 마카오 인근에 중국 본토가 있어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데 반해 크림에서는 이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긴장완화를 위한 최근 관련국 간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반정부 움직임이 오히려 더욱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 러시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푸틴을 제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푸틴 대통령 제재를 논의하기 전 당국자들의 범위가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400억달러 규모의 푸틴 대통령 개인계좌가 동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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