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훈련용 경비행기의 비상착륙을 계기로 북한이 대량 보유한 AN-2기에 대한 경계론이 다시 일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25일 오후1시9분께 연습비행 중이던 T-11 경비행기의 엔진이 멎어 충북 옥천군 군서면 상중리 서화천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훈련기에 타고 있던 정비사 최모 하사가 다리 골절상을 입어 군용 헬기로 청주 공사 항공우주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훈련기에는 조종사인 박모 소령과 김모 대위도 탑승했으나 부상은 없었다.
추락한 훈련기는 앞부분이 폭 20m의 하천에 박히면서 왼쪽 날개 부분이 파손됐으나 동체는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공군은 "조종사의 기량이 뛰어났기에 하천에 비상착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T-11은 적성 무기 파악을 위해 비밀리에 수입한 AN-2 복엽기에 공군이 부여한 한국군 제식 명칭으로 이번 사고로 북한이 대량 보유한 AN-2의 장점과 단점이 재확인됐다. 구형이어서 엔진 등의 고장이 잦다는 점은 단점으로 드러났으나 엔진의 힘이 아닌 활공만으로도 험지 비상착륙이 가능할 만큼 저고도 운항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확인됐다.
북한은 대남 침투용으로 AN-2기를 300여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AN-2기는 복엽기여서 양력을 많이 받아 활공 능력이 좋다"며 "북한이 야간에 AN-2기를 띄운 후 엔진을 끄고 활공으로 휴전선 돌파를 시도할 경우 레이더는 물론 육안으로도 식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일각에서는 AN-2가 큰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고로 저고도 운동성이 뛰어나 대남 침투용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AN-2기는 옛 소련이 지난 1947년 농약 살포용으로 개발했으나 가격이 싸고 이착륙 거리가 짧은데다 병력 12명을 수송할 수 있어 동구권 국가들이 군용 수송기로 활용해왔다. 옛소련과 우크라이나·중국·폴란드에서 1만8,000여대가 생산된 AN-2기는 비행 소음이 적을 뿐 아니라 동체의 주요 부분이 목재와 캔버스 천으로 구성돼 레이더로도 탐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제3국을 통해 AN-2기 몇 대를 수입해 적 전술 연구 및 유사시 역침투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