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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는 꿈만 같은 작품이죠."
최현선(왼쪽)과 박은미에게 뮤지컬 '드림걸즈'는 각별하다. 최현선에게는 데뷔 10년 만의 첫 주연작, 박은미에게는 6년 전 뮤지컬 입문을 이끈 데뷔작이 바로 드림걸즈다. 2009년 초연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재공연에 합류, 파워풀한 '꿈의 무대'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드림걸즈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노래를 불러온 흑인 여성 에피와 디나, 로렐이 쇼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내디디며 가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1960년대 전설의 흑인 R&B 그룹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팝 디바 비욘세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끈 바 있다. 최현선과 박은미는 그룹 내 메인 자리를 두고 갈등을 겪는 에피와 디나 역을 각각 맡았다.
주인공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은 무대에 서기 위해 수차례 오디션을 보고 선택을 기다리는 뮤지컬 배우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에피가 극 초반 음악 경연에서 탈락한 뒤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뮤지컬 배우의 삶 역시 노래와 무대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에 그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박은미)
두 사람은 2009년 드림걸즈 한국 초연 오디션에 참가하며 작품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은미는 디나 역의 커버(비상시 주연 배우 대신 공연하는 배우)로 합격했고 기약 없는 커버로서는 운 좋게 몇 차례 무대에 올랐다. 최고의 기량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6년 만인 이번 재연에서 '커버'라는 이름표를 떼고 주연 자리를 꿰찼다. 첫 도전에서 쓴잔을 마셨던 최현선은 두 번째 오디션에서 감동의 열창으로 국내외 연출진을 사로잡았다. "극 중 에피의 노래(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를 부르는데 몇몇 외국 스태프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저 역시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울컥했고요."(최현선) 보컬 강사와 코러스, 광고음악 가이드 등으로 활동하면서도 절대 뮤지컬을 놓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노래가 절실했던 에피의 감정을 누구보다 애절하게 토해낼 수 있었다.
주인공 직업이 가수인데다 흑인 특유의 감성을 살려야 한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여기에 동명의 영화가 선보인 강렬한 음악도 넘어야 할 산. 최현선은 "영화를 통해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작품이라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노래와 드라마가 어우러지는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최현선은 차지연·박혜나, 박은미는 윤공주라는 최정상 배우와 같은 배역을 맡아 불꽃 튀는 연기 대결도 펼쳐야 한다. 두 사람은 그러나 '대결'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박은미는 "닮고 싶었던 선배와 같은 배역으로 만났다는 건 부담 아닌 영광"이라며 "여배우가 많아 기 싸움이 대단할 거라는 오해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앞으로 계속될 두 드림걸즈의 진짜 꿈은 무엇일까. 최현선은 "첫 주연을 맡았다고 레이스의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늘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모든 레이스에서 제 몫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은미의 답변도 담백했다. "늘 이 작품이 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길게 잡고 어떤 배우가 되겠다기보단 지금 내 앞의 일에 집중하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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