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파열과 암, 두 차례 시련을 이겨낸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다시 무대에 선다. 2006년 유방암 진단을 받으며 연주생활을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았던 그는 수술이 끝난 지 불과 9개월 만에 재기 공연을 했다. 8번의 항암치료와 절제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며 다시 무대에 선 그에겐 찬사와 박수가 쏟아졌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최근 건강이 다시 나빠졌다. 그는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테마로 한 전국 투어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공연을 포기해야 했다. 담당의사는 “공연을 취소하고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2월 6일 고양 아람누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등 전국 5개 도시 독주회도 더불어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는 “지난해 너무 무리했던 것 같다”면서도 “이번 공연을 통해 건재한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트 앤 드림(Night and Dream)’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서 그는 표제곡인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비롯해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등을 연주한다. 수술 후 버팀목이 돼 줬다는 그의 아이들을 위한 선곡이다. 2부에선 본인의 경험을 반영한 듯 숙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굳은 의지를 담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들려줄 예정이다. 서혜경은 9세에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1988년엔 미국 카네기홀이 선정한 3대 피아니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활화산’처럼 열정적이며 빠르게 몰아치는 연주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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