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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고위공무원 평가 강화… 최하등급 땐 보직 못받게 할 것"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문제… 4~8년 고정시켜 전문인력 양성해야

연금개혁 이번에 못하면 내년에 하루 100억씩 혈세로 보전할 판

감정원·선급·국방기술품질원 등 공무원 취업제한기관 추가지정



기업인 출신인 이근면(사진)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65세로 공무원 정년 연장과 오는 2017년 시범실시, 2023년 본격 시행 계획을 밝히면서 "기업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국가발전에 동반자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박근혜 정부 최대 국정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 완성을 겨냥해 65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의 구체 방향은 4월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 처장은 지난 5일 자신이 국회에서 밝힌 '연금개혁 정부안'이 기존 여당안에 비해 연금지급률을 높인 데 대해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반드시 개혁을 해야 하고 좌초되면 내년엔 매일 100억원씩 국민 부담이 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사 전문가인 그는 "전문가 양성을 등한시하는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잘못된 것"이라며 "고위공무원단(중앙부처 국·실장) 평가를 강화해 저조한 사람은 보직이 주어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소위 '관피아법(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한국감정원과 한국선급·국방기술품질원 등의 공공기관을 3월31일부터 공무원 재취업제한기관으로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활로를 뚫기 위해 또 다른 관심사인 공무원 정년 연장 계획을 작정하고 피력했다. 4월 말까지 연금 개혁을 완료하려면 65세 정년 연장 카드를 확실히 던질 때가 됐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는 "여성인력 확대에 정부가 앞장섰듯 민간보다 앞서가는 정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지만 '초고령화 사회 대응'과 '100세 시대 준비'를 위해 정년 연장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년 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 도입 구체안을 4월쯤 제시할 것"이라며 "시범실시는 내후년, 본격 실시는 2023년으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처장은 "국민연금처럼 공무원연금도 65세로 지급 시기를 연장하면 퇴직과 연금 지급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금개혁안이 지급 시기를 2023년 퇴직자부터 2년에 1세씩 연장해 2031년 65세로 통일하기로 한 만큼 여기에 발맞춘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처장은 발등의 불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호소하듯 말했다. "언제 해도 아프지만 수술해야 할 부위라면 빨리해야 병이 낫습니다. 계속 수술을 미루면 병은 더 깊어지고 치료는 어려워집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안 하면 못하는데, 그러면 내년에 정부가 보전해야 할 돈이 3조6,000억원에 달한다"면서 "하루 100억원씩 부담이 생기는데 국민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처장은 그러면서 최근 국회의 국민대타협기구에서 기존 여당 개혁안보다 연금지급률을 높인 정부안을 밝힌 데 대해 "노조와 합의해 발표한 것은 아니어서 정부안은 아니지만 대타협기구 논의를 위해 정부 입장이 필요할 것 같아 내놓았다"면서 "제가 공무원 전체를 대표하기도 하는 만큼 노조 입장을 수렴했다"고 강조해 공무원노조 설득에 공을 들였다.

이 처장은 그의 장기인 인사관리와 혁신에 대해서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그는 "1년마다 바뀌는 순환보직 중심의 공무원 인사는 문제가 있다"고 단언하며 "직업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인사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재난안전과 환경·인사·홍보 등으로 전문직위를 확대해 1~2년이면 바뀌는 인사를 4년에서 8년까지 고정되도록 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잦은 인사이동은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 처장은 중앙부처의 핵심인 고위공무원단(국·실장) 승진 자격은 물론 교육과 평가 과정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공단 성과평가에서 새로 최하위등급이 부여될 것"이라며 "자연히 고공단으로 보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공단으로 일하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짧은 것도 문제"라며 "경쟁을 활성화해 능력 있는 고위관료는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본인의 소명이 된 소위 '관피아' 개혁과 관련해서는 공무원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경고했다. 그는 "공무원을 다루는 인사혁신처에 부처 이름 중 유일하게 '혁신'이 붙었다는 것을 100만 공무원은 유의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오죽 공무원에 대해 답답해 하고 국민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쌓였으면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처장은 "민간 부문의 수준이 크게 향상돼 공무원 사회를 다 보고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혁신하지 않으면 공무원 사회가 다음에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감정원 등 인허가 업무를 위탁·대행하는 기관들, 한국선급 등 안전업무 수행기관들, 국방기술품질원 등 조달 관련 위탁·대행기관들을 3월31일부터 공무원 재취업제한기관에 대거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공직 비리는 일벌백계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며 "금품 및 성 관련 비위와 음주운전에 대해 별도 징계 기준을 마련해 원 아웃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의적 또는 계획적 비위에 대해선 엄중처벌하도록 징계 기준을 강화하겠지만 적극적으로 일하다 단순과실로 저지른 우는 과감하게 용서하고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무원의 숨통을 조이는 이야기가 계속되자 이 처장도 잠시 숨을 고르더니 화제를 바꿨다. 그는 "삼성에서 인사관리를 수십년 했지만 지금도 일류 인재는 정부에 있다"고 했다. 이 처장은 "공무원 조직은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획기적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국민들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선 평가가 가장 좋은 S급 공무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최고한도를 50%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상반기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공무원(3~8급)들이 휴직 후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대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 민간의 우수한 경영기법과 노하우 등을 공직에 적극 도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부처 내 요직으로 수장의 최측근들을 발탁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위 '공비총(공보·비서·총무)'에 여성 과장 3인방을 앉힌 데 대해서는 "그런 점을 따져보고 한 인사는 아닌데 여성인력 활용에 관심은 높다"면서 "하지만 '능력이 있어서' 발탁했지 '여자이기 때문에' 인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예비 공무원인 공시생들에게 이 처장은 2017년까지 공채와 경력채용 비율을 5대5로 조정하는 정부 계획이 "꼭 공채 선발인원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알렸다. 그는 "5급 사무관은 반반씩 하지만 6·7·8·9급은 (경력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현행 민간 경력채용이 부처별로 중구난방인데 선발인원 확대에 따라 정례화해 많은 사람들이 응시할 수 있게 정보 제공을 크게 늘리면 취업문은 넓어질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공직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처장은 아울러 공무원 신규 채용시 "국가관·헌법정신 등 공직 가치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려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5급 공채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1차에 2017년부터 '헌법'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7·9급 공채시험에 '한국사'가 모두 포함된 것처럼 민간 경력채용시험에도 한국사 능력에 가점이 부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공무담임권이 있는 223만 재외국민을 포함해 700만 해외동포도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며 "하반기 미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공직설명회를 실시, 개방직 공무원을 비롯해 공채·민간 경력채용 등 현행 공무원 채용 방법들을 널리 알려 해외인재들이 공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40년 가까이 기업에서 일하고 공직에 입문했는데 "정작 공무원상이 정립돼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면서 "국가발전을 위해 일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새내기 공무원의 초심이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나라를 만들어줄지 생각하는 사람으로 '오늘이 아닌 내일을 봐야 한다'"면서 "끝으로 그런 일들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 공무원의 가치를 회복하면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52년 서울 △1970년 중동고 졸업 △1974년 성균관대 화공과 졸업 △1976년 삼성그룹 입사 △1982년 삼성코닝 인사과장 △1990년 아주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4년 삼성SDS 인사지원실장 △2005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 △2009년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 △2011년 삼성광통신 경영고문 △2014년 11월 인사혁신처 처장









삼성의 피 흐르는 공직사회 '미생'… "인사혁신 점진적 추진해야 성공"

■ 이 처장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이름 앞에는 '삼성맨'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에서 36년 넘게 일해 삼성 로고의 파란색에 빗대 "이근면의 피는 파랗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이 처장 자신도 공·사석에서 삼성에서 일한 경험담을 종종 반추하고 공직 내 '작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그는 취임 후 처 내의 두꺼운 검정색 결제판을 모두 투명 파일로 바꾸게 했다.

이 처장은 "무거운 결제판이 3~4개만 돼도 어깨 빠질 만큼 비실용적인데 20여년 전 삼성에서 바꿀 때도 처음엔 잘 안 됐다"며 "리더가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의 성공 비결에 대해 "누구 한 사람의 힘이 아닌 집단 지성이 시스템화해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를 나온 이 처장은 자타 공인 인사 전문가다. 지난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그는 전공 때문인지 TV 부품 및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에 배치됐지만 인사과장을 거치면서 삼성종합기술원·삼성SDS·삼성전자 등 계열사 근무를 하며 인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아주대 경영대학원에서 인사·조직학 석사를 취득한 이 처장은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키스 후스 후'에 인사 전문가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사 업무에 관한 소신과 철학이 분명하다.

지난해 11월 19일 취임식장에서 그는 자신을 공직사회의 '미생'에 비유하며 직원들에게 "이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서 미생에 머물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 좀 시켜서 내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정부 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거치며 공무원들의 교묘한 기득권 지키기를 잘 알고 있기에 돌직구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처장은 최근 전 부처 차관 및 처·청장 45명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처의 슬로건 '사람의 혁신, 100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공직사회의 '이상한 것'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규정 때문에' '사례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어 적잖은 고위관료들이 불편해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그는 "삼성도 하루아침에 변화하지 않았다. 혁신은 지난하다"는 교훈을 새기며 "정부 인사혁신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자주 강조한다. 이 처장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미래의 모습, 그 미래의 인사 시스템을 우리 정부에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담 =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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