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서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이 올해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지만 펀드투자자로서는 시장에 진입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데다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상품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 고점에서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지금 들어가면 또 한번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일단 펀드를 환매하고 신규 가입은 망설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강세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 주식 시장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주가 2,000시대를 맞아 자산의 리밸런싱을 통해 기존에 가입한 펀드를 점검하고 지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고점 부담과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우려하며 지난 한해 많은 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의 열매를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1년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면 평균 24.50%의 수익을 낼 수 있었고 지난해 수익률 상위 펀드에 투자했다면 최대 50% 수준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다시 열리면서 투자자들은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제라도 펀드에 가입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도 늦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은행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주식 외에는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펀드 투자는 어떤 것이 좋을까. 바로 적립식 투자다. 최근 3년간 매달 중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정액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4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7.54%)을 감안하면 우수한 투자 성과다.
전문가들은 장기 성과가 우수한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최근 운용사들이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목표전환형펀드나 분할매수펀드에도 분산투자할 것을 권했다.
매입단가 낮춰 리스크 축소… 시장 흔들려도 안정적 수익
상투 걱정 된다면… 적립식펀드가 안성맞춤
적립식펀드 최근 3년 수익률 37%로 거치식 크게 웃돌아
분할 매수형·목표 전환형 등 스마트펀드에도 분산투자를
직장인 이호경(33) 씨는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선을 돌파한 지난달 중순, 지난 2008년 1월 가입했던 적립식 국내 주식형 펀드를 일괄 환매했다. 이씨가 환매를 통해 얻은 수익률은 약 20% 수준. 은행 금리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은 것이지만 이 씨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지수가 하락세를 거듭하며 900포인트선까지 내려갔던 그 해 10월 불입을 중단하면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씨도 펀드 재가입 여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고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씨는 "2007년말 고점에서 펀드에 가입했다가 이후 2년간 속앓이를 했던 걸 생각하면 현 지수대에서 펀드 가입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펀드에 가입해야 할지 조정을 기다려야 할지 누군가 속시원히 말해주면 좋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연초부터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하자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펀드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금 투자를 하면 손해를 볼 것 같고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할 지 판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펀드 가입을 망설이는 투자자들에게 "지금 펀드에 투자해도 늦지 않은 시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적립식이나 분할매수펀드 등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해 업계의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평균 2,400~2,500포인트선으로 지금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지수 수준에 상관없이 일정 시점마다 주식을 사 모으는 적립식투자는 안정성이 높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고 이 밖에도 분할매수형펀드나 목표전환형펀드 투자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검증된 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전문가들은 성과가 검증된 정통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지수 부담 없이 편안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1,600포인트선을 돌파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지수가 부담스러워 펀드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저점 매수 타이밍을 놓치면 그만큼 기회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 성과가 검증된 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8.1.12~2011.1.12) 국내 주식형 펀드에 매월 12일 정액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경우 평균 수익률은 37.62%로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7.54%)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3년간 거치식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22.84%로 크게 낮아진다.
적립식 투자 수익률이 거치식 투자 수익률을 앞선 것은 지수가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중간 정도의 지수대에서 펀드에 가입한 것과 같은 '매입단가 인하 효과' 덕분이다. 박현철 연구원은 "시장을 한 번에 사는 거치식은 투자자의 시장 전망이 꼭 들어맞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적립식은 매입 단가를 낮춰 리스크를 줄여 준다"며 "현 지수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로서는 시장의 부침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적립식 투자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적립식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장기 성과가 검증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2008년 리먼 사태로 50% 이상 급락세를 겪은 후 최근 2년간 급반등세를 보이는 등 커다란 변동성을 겪었다"며 "펀드 수익률간에도 차별화 양상이 두드러진만큼 2007년 이후 양호한 성과를 올린 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매년 상위권(상위 40%내)의 성과를 기록한 펀드는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투자신탁[주식](C/A), 미래에셋플래티늄랩증권투자신탁1(주식), 한국투자크루즈F2.8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A), 동양모아드림인덱스증권투자신탁1(주식-파생형)C-e 등이다. 이들 펀드의 지난해 1년간 평균 수익률은 26.5%로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22.8%를 웃돈다.
◇분할매수ㆍ목표전환 등 스마트펀드 활용을=전문가들은 정통 주식형 펀드를 주된 투자처로 적립식 투자를 하되 분할매수형펀드나 목표전환형펀드 등 고점 부담을 줄여주는 펀드로 분산 투자에 나서는 방법도 추천했다.
분할매수형 펀드는 채권과 주식 비중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해주는 펀드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경우 설정 이후 1개월 이내 주식편입 비중을 모두 채워야 하는데, 분할매수 펀드는 고객이 목돈을 한꺼번에 거치식으로 입금하면, 장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주식을 분할 매수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지수나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선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고 반대로 많이 올랐다 싶을 때는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위험을 조절한다. 따라서 펀드가 투자시점을 분할해 결과적으로 주식매수 단가를 낮춰 위험을 분산시키는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내게 되며 변동성이 큰 장세에선 성과가 차별화될 수 있다.
물론 주가가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대세 상승장에선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시장 전망이 좋을 때는 분할매수형 펀드에 단독 가입하기보다는 일반 주식형 펀드를 보조적 수단으로 갖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정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목표전환형 펀드 역시 위험 회피 수단으로 권장되는 투자 방법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나가면서 목표전환형 펀드의 목표 수익률 달성 시기도 3~4개월 이내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 지난 6일 KTB자산운용의 'KTB압축자산배분전환형제1호펀드'는 설정된 지 불과 86일 만에 목표 수익률 10%를 달성했고 지난해 8월 설정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신수종산업목표전환펀드2호' 역시 4개월만에 목표 수익률 12%를 달성해 채권형 펀드로 전환됐다.
하지만 목표전환형펀드는 주가가 계속 상승할 때 추가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목표수익률 10% 안팎의 수준에 만족하는 보수적 투자자가 활용할 만한 상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목표전환형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10% 안팎의 목표수익률을 추구하는 목표전환형 펀드 상품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12%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되는 'KB목표전환형펀드4호'를 오는 18일까지 판매한다. 상승장에서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려운 전환형 펀드의 단점을 보완하는 목표 전환형 펀드도 나왔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목표 수익률 달성 후에도 주가가 오르면 주식형으로 계속 운용할 수 있는 '리딩섹터 스마트 목표전환 펀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목표수익률 15% 달성 후에도 주식형으로 계속 운용하다 최고점 대비 기준가로 50원(최초 원금대비 5% 수준)이 하락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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