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의 설명처럼 쌀 관세화는 새로운 국제무역질서 동참과 국내 쌀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1995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쌀 관세화 유예로 우리나라가 들여와야 할 의무수입 물량이 20년 전 5만1,000톤에서 올해 40만9,000톤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또다시 유예할 경우 82만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의무수입 물량을 더 늘렸다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는 점에는 정부·농업계 모두 인식을 같이한다.
문제는 관세율이다. 정부는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해 관세율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관세율에 대해 "관세율을 300%만 부과해도 수입쌀 가격이 우리 쌀보다 비싸질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면 수입쌀이 몰려오더라도 국산쌀의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20년 전 국산쌀 가격은 수입쌀보다 5∼6배 비쌌지만 지금은 차이가 2∼3배로 줄었다. 현재 국산쌀 가격은 80㎏짜리 한 가마니에 17만원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은 8만∼9만원대, 중국산은 8만5,000원 선이다. 국제 쌀 가격을 가마니당 평균 8만원으로 가정하고 40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수입쌀의 국내 도입가는 40만원이다. 200%만 적용하더라도 수입쌀 가격은 국산쌀 가격보다 비싼 18만원이 된다.
이젠 쌀 수입 논쟁을 떠나 국산쌀의 품질 고급화 등 쌀 산업 발전에 국민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어차피 시장개방으로 인한 쌀 수입을 피할 수 없다면 반대로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해 수출하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때마침 중국 등지에서 음식한류 바람이 거세다. 품질 좋은 쌀을 공급하면 국내외의 고급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 농업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은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품질 고급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쌀 농가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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