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잔존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기 때문에 회생은 힘들다고 봅니다."(주채권자)
솔표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88년 역사의 한방생약업체 조선무약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며 탄탄대로를 걷던 조선무약은 2009년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기업의 잔존가치를 인정받아 회생절차를 시작했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2010년 인수가 430억원을 제시한 만성스텐과의 인수합병(M&A)이 결렬된 뒤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 폐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조선무약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공장 등을 매각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방안 등을 담아 수원지방법원에 다시 기업회생 개시를 요청했으나 최근 법원 심리 과정에서 주채권자인 국민연금 운용사 케이앤피인베스트먼트로부터 회생 반대 입장을 들었다.
조선무약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구조조정 등을 거쳐 직원 수를 30%를 감원해 100여명으로 줄이는 등 기업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허용으로 위청수ㆍ솔청수 등 5개 품목이 편의점 등에 풀려 제품 생산량도 2배 이상 늘어나고 있어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장 부동산 가치가 460억원을 넘기 때문에 공장만 팔아도 케이앤피 채권 134억원은 충분히 갚을 수 있다"며 "오히려 회사가 파산할 경우 운용사 측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케이앤피 측은 "채권을 인수했던 2005년 당시와 비교해 조선무약의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고 당기순손실이 커지는 등 손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2008년부터 채권에 대한 이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2010년 만성스텐과의 매각이 무산된 후 실시한 2차 조사에 따르면 현재 조선무약은 기업 잔존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다"며 조선무약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약에 의존하는 조선무약이 2000년 의약분업 실시 후 제약시장이 전문의약품(처방약) 위주로 개편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약회사의 도태는 어쩔 수 없지만 한방제제의 과학화를 위해 노력한 오랜 전통의 조선무약이 문을 닫으면 제약업계로서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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