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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질 흐리는 저축은행 폭로전


"삼화저축은행 문제의 뒷면에는 권력실세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저축은행 부실을 키웠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여야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합의하기까지 했지만 진실 규명보다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양새다. 지난 2, 3일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는 벌써부터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흠집내기식 폭로전이 벌어졌다. 무차별 폭로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정점을 찍었다. 신 의원이 지난 2007년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캄보디아 방문 일정과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의 일정이 비슷하다는 점만 놓고 '검은 커넥션'을 지적한 것. 바로 다음 날 3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의원들에 대한 비리 의혹 발언을 할 때는 당사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사태 수습에 나서 김 원내대표 측에서는 "신 의원의 폭로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치권의 폭로공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의혹 폭로만 난무할 경우 진실 규명보다는 흠집내기식 난타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07년 BBK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김경준씨 기획 입국설 등에 대해 여야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채 17대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법원 무혐의 결론이 났다. 올해 3월에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 정치인 2명이 개입했다고 알려진 '편지 조작설'까지 나돌았지만 이 역시 유야무야됐다. 이 과정에서 BBK 사건이 5,500여명의 개인 투자자가 무려 1,000억원의 피해를 본 사건이라는 점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도 수많은 의혹만 남기고 끝날 수 있다. 여야는 국회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일정을 어떻게 할지 증인과 참고인은 누구를 채택할지 여부 등은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앞서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 수만명의 눈물과 한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5월 부산저축은행 첫 공판에서 "높은 사람들이 말로만 슬프다고 하면 뭐 하느냐. 생명과도 같은 내 돈을 돌려달라"고 울부짖은 할머니의 외침을 과연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가슴에 새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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