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자신들의 학창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30·40대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실이 빠듯하다 보니 호시절이던 1990년대 대학 시절로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소위 'X세대'가 소비문화의 새로운 주축이 됐다"며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촉발된 1990년대에 대한 향수가 최근 '토토가'를 통해 본격화됐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특히 경기침체 등 최근 사회적 환경이 30·40대의 과거 향수를 더 빨리 느끼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1990년대는 민주화가 본격화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던 시기"라면서 "이 시대를 들춰보는 것은 그때에 대한 동경"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한윤형씨의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씨는 "최근의 복고문화 열풍이 사회적 상황과 별개일 수 없다"면서 "특히 20대가 막연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의 반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40대의 소비여력이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TV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영화 등도 잇따라 1990년대를 소재로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방영 이후 30·40대의 복고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지금은 한물간 그룹 터보의 '검은 고양이'가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 4년 차인 조재훈(33)씨도 지난주 말 중학교 친구들과 단체 카카오톡을 하면서 당시 향수를 느끼기 위해 '밤과 음악사이(밤사)'를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밤사'는 1990년대 복고풍의 클럽형 유흥주점이다. 조씨의 제안에 지난 10여년의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밤새 당시 유행했던 그룹 H.O.T나 젝스키스 등의 음악을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에 앞서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과 2013년 케이블TV의 '응답하라 1994' 등이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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