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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화민족 부흥 일구자"… 대만 역사 편입 속도 낸다
입력2011-10-09 17:45:29
수정
2011.10.09 17:45:29
中, 신해혁명 100돌 쑨원 재조명 열기<br>후진타오 "공산당, 쑨원 혁명정신 지지·계승" 강조<br>장제스 긍정 평가 책 출간등 대만에도 유화 제스처<br>'쑨원 열기' 자칫 민주화 시위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중국이 신해혁명(1911년 10월 10일) 100주년을 계기로 쑨원(孫文)을 재조명하면서 대만과 국민당의 역사를 중국 공산당이 주도했던 역사로 편입시키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데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대만과의 통일에 유리한 포석을 깔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해혁명은 1911년 우창 인민봉기로 청나라의 전제정치를 무너뜨리고 아시아의 첫 공화체제인 '중화민국'을 건설한 역사적 사건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9일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등 현 지도부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 기조 연설에서 "쑨원은 청나라의 압제를 무너뜨리고 민생, 민권, 민족 등 3민(民)을 주창한 중국 민주혁명의 선구자"라고 평가하며 "중국 공산당은 쑨원의 혁명 정신을 행동으로서 지지하고 계승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만이 중국과 함께 쑨원이 말한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협조하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 주석은 연설에서 쑨원을 위대한 민주영웅이자 위대한 애국자로 칭송하며 그의 뜻에 따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일궈내자고 수십 번이나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그 동안 와병설이 나돌던 장쩌민 전 국가 주석도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장 전 주석은 작년 4월 상하이엑스포 참관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이번 100주년 신해혁명 기념일을 계기로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의 단결을 유도하고 애국주의를 고취하기 위해 치밀한 작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10월 의회 자문기구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산하에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활동 준비위 판공실'을 출범시켰고 지난 9월에는 장제스가 쑨원을 도와 혁명에 투신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담겨있는 총 36권짜리 '중화민국사(1911~1949년)'를 편찬하는 등 새로운 역사 세우기에도 박차를 가했다.
우창봉기를 주도한 쑨원은 이듬해인 1912년 난징 혁명정부를 수립하며 임시 대총통에 올랐고 쑨원 사망 이후 공산당의 정적이었던 국민당의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중화민국 정부를 승계한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중국 공산당은 냉전시기부터 눈엣가시 같았던 장제스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만에서처럼 쑨원을 숭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해혁명 100주년을 전후해 중국은 후진타오의 기념 연설에서도 드러났듯 공산당의 뿌리가 신해혁명에 있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화민국의 첫 수도인 난징, 쑨원의 고향인 중산 등에서는 학술토론회, 유물전시회, 음악회 등이 잇달아 개최되고 있다. 신해혁명 박물관이 8일 우한에서 문을 연데 이어 10일에는 우한에서 혁명 도화선이 된 우창봉기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이에 앞서 2일에는 톈안먼 광장 자금성 입구에 걸려있는 마오쩌둥 초상화의 바로 반대편인 인민영웅기념비 앞에 길이 6m, 무게 2t의 쑨원 초상화가 들어섰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톈안먼 광장에는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관광 인파가 쑨원 초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자칫 쑨원의 혁명 정신 열기가 심각한 내부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공산당 독재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와 민주화 요구 분출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베이징의 중국 대극원에서 열리려던 쑨원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 공연은 당국에 의해 전격 취소됐다. 일당 독재를 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본질적으로 민주정치를 주창했던 쑨원의 사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관제 행사는 열고 민간 행사는 막는 이중적 행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 소재 주요 대학들의 신해혁명 100주년 토론회도 허가하지 않았다.
공산당 내부 보수파들도 쑨원 열기가 고조되는 한편으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자인 마오쩌둥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데 대해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중국 건국일인 지난 1일 사설에서 쑨원,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오쩌둥 전 주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를 놓고 당내 보수파들은 마오쩌둥의 위상에 흠집을 내려는 지도부 세력의 저의가 있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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