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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는 기업사랑이다

신제윤 <재경부 전경련 파견 국장>

신제윤 <재경부 전경련 파견 국장>

얼마 전 기업도시(企業都市)에 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일본 나고야 지역을 다녀왔다. 나고야 지역은 도쿄ㆍ오사카와 함께 일본 3대 경제지역이다. 나고야의 중심에는 도요타(豊橋)가 있었다. 도요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 중의 하나다. 지난해에 도요타는 일본 기업 중 최초로 순이익 1조엔을 돌파했고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도요타의 성공요인일까. 많은 사람들이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우수한 경영기법을 들고 있지만 필자가 느낀 바로는 일본 사람들의 ‘기업사랑’ 때문이었다. 국민과 기업은 동반자 관계
나고야 지역의 작은 도시였던 코로모시(擧母市)는 당시 섬유직기를 만들던 도요타를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공장부지를 저가에 제공했고 지난 59년에는 시명(市名)을 아예 도요타시로 변경했다. 아울러 나고야항에 신일본제철을 유치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강판을 지원하도록 했다. 강판도 싱싱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최근 3년간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편 도요타는 최근 최신시설의 종합병원을 지어 도요타시에 기부했고 관련업체와 함께 산업대학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주민들을 위해 대규모 놀이동산을 짓고 있다고 들었다. 도쿄에 있는 본사도 올해 도요타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주민의 기업사랑에 대해 기업이 보답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일본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고야 지역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요타시의 재정 자립도는 일본 내 1위이며 도요타시가 속해 있는 나고야 지역의 경제규모가 조만간 오사카 지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민의 “기업사랑”이 기업의 “주민사랑”으로 연결되는 선순환(善循環) 구조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파견나와 있다. 기업의 애로를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업인들은 경영권 방어문제, 노사관계, 과다한 정부규제 등 많은 애로를 토로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반기업(反企業) 정서’였다. 욕 먹으면서까지 기업할 의욕이 없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 기업의 확대경영이 우리 경제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 반대현상인 축소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반기업 정서가 파급된 것에는 물론 우리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최근까지 정경유착ㆍ분식회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도요타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도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이번 총선에서 볼 수 있듯이 정경유착 가능성은 없어졌고 경영 및 회계 투명성 확보장치도 마련됐다. 반기업 정서를 제공했던 요인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제 기업을 사랑할 때다. 우선 필자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는 혹시 자기조직의 권한확대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규제라도 여러 개가 모이면 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기업규제 총 건수는 2000년 말 6,910개에서 지난해 말 7,731개로 늘었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도 기업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떨쳐버리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늘려주는 동반자로 생각해보자. 정경유착과 매점매석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미국의 록펠러그룹도 이제는 문화복지재단으로 거듭나지 않았는가. 도요타 사례 타산지석으로
현대 산업사회에서 기업은 생산의 주체다.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농민이 생산의 주체였다. 우리 선조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해 농민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기업활동에 대한 보람을 상실시킨다. 이로 인해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기업경영 참여를 기피하게 돼 향후 우리 경제는 쇠퇴하게 될것이다. 이제부터는 ‘기업사랑’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기업천하지일본(企業天下之一本)’ 이라는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일본 사람들의 기업사랑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적극 도와줘야 한다. 아울러 자라나는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경제교육을 강화해 친기업 정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변화만을 요구하지 말고 먼저 기업사랑 운동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도요타식 선순환 구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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