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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원금 회복했다고 무작정 팔게 아니라 꼼꼼히 따져야




펀드에서 탈출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달할 때 대거 유입됐던 펀드 자금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 원금을 거의 회복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펀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올들어 주식형펀드에서만 이미 7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를 돌파한 이달 들어서만 3조5,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올해 환매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더구나 과거 코스피지수 1,7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 구간에서 유입됐던 자금이 20조~3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본전을 찾고 떠나려는 '펀드 엑소더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불과 3년전 '묻지마 투자'로 시작됐던 펀드 열풍이 이젠 '묻지마 환매'로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고 있는 셈이다. 환매가 줄기차게 이어지자 장기투자의 필요성과 섣부른 환매를 자제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뚝뚝 떨어지는 수익률 앞에서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던 투자자들로서는 이런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어렵다. 하지만 펀드는 가입만큼이나 환매 요령도 중요하다. 일단 환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살 때 만큼이나 이것 저것 묻고 따지고 살핀 후에 환매에 나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펀드라는 게 기본적으로 위험을 담보로 한 투자상품인 까닭에 환매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산행을 할 때 정상을 목표로 힘차게 오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내려올 땐 더욱 주의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 펀드를 환매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목표 수익률을 채운 '배부른' 투자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본전에 이른 '배고픈' 투자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바르고 효율적인 펀드 환매를 위해 투자자들이 놓쳐서는 안될 점들을 알아보자. 펀드 환매에도 기술 있네 "규모 크고 수익률 높은 것부터 팔아라"
● 분할 - 앞으로 시장 오를 전망 우세한만큼 환매 시기·규모 나누는게 유리
● 현금화 - 보통 환매요청 다음날부터 3거래일 中·러펀드서 돈찾기는 7거래일 정도
● 기준가 - 환매신청 오후3시 이전-이후따라 수익률 적용달라 받게될 돈도 차이
● 수수료·세금 - A클래스 펀드 가입 1년내 환매땐 선취 수수료 만큼 손해볼수 있어
얼마 전 급히 돈이 필요해 해외 펀드를 환매한 김모씨는 당황했다.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펀드가 비로소 원금 수준을 회복해 환매했지만 정작 환매후 10여일이나 지나서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고 수익률도 당초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 '수익률이 높은 펀드와 낮은 펀드 중 어느 것을 먼저 팔아야 할 지' '환매하고 나면 실제로 언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수수료와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펀드를 팔기에 앞서 꼼꼼히 체크해봐야 할 환매요령을 짚어본다. ◇"규모 크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부터 환매"=2개이상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일단 팔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떤 상품을 먼저 환매할 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와 그렇지 못한 펀드 중 어느 것을 먼저 정리하는 게 좋을까. 물론 투자환경에 따라 환매의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겠지만 일단 수익률이 높은 상품부터 파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들어 환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수익률 하락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에 일단 그 부담을 덜고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의 경우 이미 덩치가 큰 상태라는 점에서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일단 환매를 하고 새롭게 시작할 경우 위험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형근 KB자산운용 마케팅팀 과장은 "다수의 펀드를 갖고 있다면 일단 평균 매입단가보다 높았을 때 우선적으로 환매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며 "규모가 크고 먼저 이익이 난 상품에 대해 먼저 차익실현을 하고 손실이 난 펀드에 대해서는 좀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할환매도 효율적=환매를 한다고 해서 한꺼번에 몽땅 털어버리기 보다는 일정 정도씩 분할 환매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 방법이다. 환매 시기와 규모를 일정 비율로 조절하는 셈이다. 즉 적립식 펀드의 경우 1,000만원을 납입해 현재 20%의 수익이 났다면 절반 정도인 500만~600만원 정도를 우선 환매하거나 원금인 1,000만원에 대해서만 환매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많은 펀드자금들이 유출됐으나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수익률도 상당히 높아졌다. 환매를 하더라도 시기를 분산했다면 좀더 수익을 높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증시의 분위기가 크게 나쁘지 않을 뿐더러 향후 시장이 좀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시기와 규모를 분할해 환매하는 방법이 유효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이사는 "일반 주식 매매처럼 펀드도 분할 환매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한 시기"라며 "현재 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시기를 분산시킨다면 좀더 수익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매에도 시간이 필요"=김씨의 사례처럼 펀드의 경우 환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은행예금이나 적금을 찾는 것과는 달리 곧바로 손에 돈을 쥘 수는 없다. 더욱이 해외펀드는 국내펀드보다 더 오래 걸린다다. 국내 펀드라고 하더라도 펀드유형이나 환매 신청 시간에 따라 돈이 지급되는 날짜가 달라져 이를 미리 숙지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환매 요청 다음날부터 3거래일 이후에 돈이 지급된다. 일례로 19일에 환매 신청을 했다면 22일이후에야 현금화가 가능하다. 다만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50% 미만인 주식혼합형(b)의 경우 오후5시 이후에 신청하게 되면 돈을 지급받기까지 하루가 더 걸려 4일만에 찾을 수 있다. 한편 채권형과 머니마켓펀드(MMF)는 주식형펀드보다 하루 정도 빨리 현금화할 수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이처럼 환매신청 후 현금을 받기까지의 공백기간을 감안해 새로운 펀드에 가입할 경우 무이자 대출서비스를 해주는 상품을 내놔 이를 활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외펀드는 국내펀드에 비해 환매기간이 훨씬 길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별로 펀드환매 신청 이후 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7영업일 정도, 중동국가는 이보다 하루가 긴 8일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해외자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운용사가 자금 지급을 한 달에 한번씩 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환매기간만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신경을 써야한다. ◇"시계를 보라"=국내 주식형펀드는 장 종료 시간인 '오후 3시' 전후로 펀드 수익률을 좌우하는 기준가가 적용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당일 기준가가 적용된다. 즉 당일 코스피지수가 1,74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면 이를 기준으로 환매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오후 3시 이후에 환매 신청을 하면 다음 거래일 종가가 기준가로 적용하게 된다.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주식혼합형 a는 오후 3시 이후에 환매를 신청하면 이틀 후의 종가가 기준가로 적용되고 50%미만인 주식혼합형 b는 오후 5시 이후에 신청을 하면 사흘 후의 종가가 적용된다. 채권형과 MMF 역시 오후 5시를 기준으로 기준가 적용이 하루나 이틀 정도 차이 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투자금액이 동일하고 같은 날 환매하더라도 기준 시각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긴급 자금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는 것이라면 환매 시각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수료와 세금 등도 염두에 둬야=환매 수수료와 세금 관련 분야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대부분 펀드는 가입할 때 수수료를 뗀다. 하지만 연간 보수가 낮은 A클래스 펀드의 경우 가입 1년 안에 환매하면 선취 수수료 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초기비용이 컸던 만큼 A클래스를 1년 내 환매할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립식펀드의 경우 투자기간이 30일 미만인 경우에는 이익금의 70%, 30~90일 미만은 이익금의 30% 정도를 수수료로 떼게 된다. 투자기간이 이보다 길 경우엔 별다른 수수료나 세금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특히 해외펀드는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이 사라졌다. 따라서 국내에 등록된 펀드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수익금의 15.4%가 세금으로 징수된다는 점도 환매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와함께 펀드에서 자금을 뺄 땐 반드시 '대안투자처'도 함께 고려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아무런 대책 없이 거액의 자금을 '일단 빼고 보자'가 아니라 예금이나 부동산을 비롯해 ELS나 랩어카운트 등 펀드 이외의 재테크 수단을 먼저 머릿속에 그려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별다른 대책 없이 무작정 펀드를 팔겠다고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드시 마땅한 대안 투자처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환매에 나서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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