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추석인 8일 건설된 지 100년 넘은 한강철교에서 아찔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20m짜리 빗물받이 철제 구조물이 다리 아래 차도로 떨어지는 바람에 철교 밑을 지나던 차량 4대가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열차 진동으로 바람막이를 철교에 고정하는 볼트가 헐거워졌기 때문에 생긴 사고다. 이처럼 기초적인 점검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니 한심할 뿐이다. 코레일 측의 인식과 대응도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사고 직후 직원을 보내 긴급 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추가 파손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지만 사전점검조차 소홀했던 코레일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철도안전 수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철도차량 고장 건수는 총 575건이며 이 가운데 451건(78%)이 부품 불량 또는 노후 등 부품 요인으로 발생했다. 얄팍한 이익에 눈이 멀어 저질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과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기는 세력을 뿌리 뽑지 않으면 우리 철도는 '사고철(鐵)'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불감증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도 서울지하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추돌로 승객 수백명이 다치는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강원도 태백에서는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가 정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 정책은 항상 그 중심에 안전이 놓여야 한다. 교통당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철도시설 노후화를 방치했다가는 국민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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