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의 작품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흥행성과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박시후, 유독 스크린 데뷔가 늦어졌던 이유가 궁금했다."2006년 즈음 영화 한 편이 들어왔어요. 준비까지 마쳤는데 촬영을 앞두고 다른 배우로 교체되더라고요. 후에는 아예 영화 제작 자체가 무산됐죠. 그리고 1년의 공백기간이 있었어요. 한창 배우로서 자리잡아 가는 단계에 1년 공백은 타격이 꽤 컸어요. 그 때'영화는 섣불리 다가가면 안 되는구나'라고 제대로 느꼈죠."
박시후와 인연이 닿은 영화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에야 찾아왔다. 드라마'공주의 남자'가 끝나고 이틀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영화의 독특한 소재가 마음을 끌었다고 했다."주변에서 제 얼굴은 어떻게 보면 차가워 보이고 달리 보면 부드러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눈빛을 읽을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아직 보여주지 못했던 그런 묘한 감정과 느낌을 영화라는 매체로 보다 큰 화면에서 제대로 전달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스크린 신고식은 물론 혹독했다. 액션스쿨 출신의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니 만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찍은 장면이 없었다."열흘 동안 매달려 있었어요. 달리는 차에서 차로 뛰어넘고, 보닛 위에서 액션을 보여줘야 했죠. 스턴트맨 없이 거의 모두 직접 소화했어요."
고생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전신이 노출되는 수영장 신이 있었는데, 큰 스크린으로 몸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2∼3주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는 안 하고 촬영 하루 전에는 물 한 모금으로 버텼죠. 더 큰 문제는 다음부터였어요. 가운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데, 찬 물이더라고요. 추운 겨울 촬영이라 그 속에서 1시간만 있어도'눈 앞이 핑 돈다'는 느낌이 드는데, 18시간이나 있었어요. 이제껏 연기하면서 촬영장에서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죠."
육체적으로 꽤나 고된 여정이었지만 박시후는"충분히 고민할 틈 없이 바로 촬영에 임하는 드라마와 달리, 배우와 감독이 충분히 소통하고 한 장면마다 디테일 하게 연구할 수 있는 게 영화의 색다른 매력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박시후는"이번 영화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중에 영화'이프 온리'와 같은 감성적 멜로나'트와일라잇'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멜로를 통해 관객을 찾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시후는 영화 개봉과 맞물려 다음 달 SBS 드라마'다섯 손가락'후속으로 방송되는 '청담동 앨리스'에서 문근영과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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