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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壬辰年을 맞이하며


임진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용의 해인 새해에는 누구나 희망찬 '용틀임'을 기대하지만 우리 앞에는 외풍(外風)이 만만하지 않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유럽발 글로벌 재정위기나 만약 우리가 바짝 긴장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위기를 몰아올 수도 있는 위험요소다. 지난 1592년 참혹한 왜란이 터졌던 임진년도 그랬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침략 기미를 알아채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는 현인도 있었지만 국론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이에 선조는 조선통신사를 일본에 보내 현지상황을 알아오게 했는데 책임자로 함께 다녀온 황윤길과 김성일은 당파가 달라선지 보고가 달랐다. 서인이었던 황윤길은 선조에게 일본이 반드시 침략할 것이니 전쟁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동인에 속한 김성일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준비를 반대했다. 조선은 결국 다수당파인 동인의 주장을 채택했고 아무 준비 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임진왜란이라는 참극을 당했다. 국익을 외면한 사분오열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일화이다. 오는 2012년의 임진년은 1592년과 다를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는 1592년 임진년에 비해 가볍지 않다. 유럽 전역은 재정위기의 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고 미국 경제는 깊은 침체를 벗어날 기미가 없으며 중국 경제도 경착륙 위험이 높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길은 점점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엄혹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더 엄혹하다. 세계 1등 휴대폰 생산업체였던 노키아는 2007년 10월 주가가 40억달러에서 2011년 10월 7달러 이하로 주저앉을 정도로 몰락했고, 부동의 PC판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델도 끝 모를 추락을 겪고 있다. 노키아는 터치스크린을 먼저 개발해놓고도 기존사업에 집착해 몰락을 자초했고 델은 융복합의 신조류를 외면하고 저가PC에 매달리다 망조가 들었다. 한국 기업이라고 이런 몰락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LG는 요즘 휴대폰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했고 삼성과 현대ㆍ기아차도 내년의 가변적 글로벌 경영환경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계 3위인 SK가 벼랑 끝에 몰렸다. SK는 최태원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내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의 외부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에너지ㆍ통신분야의 대표선수 격인 SK가 한국 검찰수사에 발목이 잡힌 것은 그 자체로도 우려되지만, 더 큰 문제는 검찰수사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검찰 주장 대로라면 최 회장이 계열사 돈 500억원을 빼돌리기 위해 복잡한 펀드를 만들고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는 건데, 3조원대의 자산가가, 그것도 혹독한 사법심판의 경험을 가진 최 회장이 정말 그랬을까 납득이 쉽지 않다. 최 회장에 대한 검찰의 횡령혐의도 애매하다. 펀드 설립 전 미리 입금된 자금(450억원)이 한 달 남짓 대여됐다가 시중금리 수준인 연9%의 이자까지 받아 정상적으로 회수됐고, 결과적으로 회사든 펀드든 피해를 입은 곳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횡령이 될 수 있냐는 게 SK측의 주장이다. SK 검찰수사 공정성 확보돼야 최종 판단은 검찰의 몫이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자원확보를 위해 선봉에서 뛰고 있는 대표선수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벤치에 주저앉혀 경쟁상대만 유리하게 만들고 우리 팀워크를 훼손시키는 꼴이 돼서는 곤란하다. 2012년 임진년은 달라야 한다. 새해에는 누구나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정치권에서도 화해와 통합의 기운이 감돌고 북한의 위험요인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화합과 포용,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됨이 다가오는 2012년 임진년의 대세(大勢)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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