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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리적 요구'를 집단휴진 목전에 수용했다는 말인가

정부가 2차 집단휴진을 막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받아들였다. 의협 회원들의 투표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24~29일로 예정됐던 집단휴진은 백지화할 여지가 생겼다. 의정(醫政) 협의 결과에 대해 의협 지도부도 대체로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개운치 않다. 의료대란을 피하게 돼 다행이나 '이런 정도의 요구사항은 정부가 미리 수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부와 의협이 4월부터 6개월 동안 원격진료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공동 실시하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온 전공의들의 업무환경 개선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건보 급여기준·비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보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의협과 의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인데 보건복지부의 논리가 군색하다. 복지부는 정부에 유리한 두 가지를 바꾸기로 했다. 건정심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의료계)가 동수로 추천하고 의협과 건보공단의 의료수가협상 결렬시 건정심 결정에 앞서 중립적 조정소위원회의 논의를 거치기로 한 것이다.



건보료 결정과정에서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지금보다 커진 셈이다. 복지부는 감사원도 2004년 건정심 공익위원 선정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의료계의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해왔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건정심 공익위원 8명 중 4명은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 인사이고 나머지 4명은 정부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과 대학교수 중에서 지목해왔다. 정부가 건보료 인상률 등을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간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귀를 열고 합리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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