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과 달리 당 총서기직과 주석직은 물론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내려놓고 완전한 퇴진을 단행했다.
군권을 쥐고 있는 중앙군사위 주석은 원로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버티는 자리였다. 하지만 후진타오는 이번에 후계자에게 온전한 권력을 넘기는 첫 사례를 남겼다. 개인적으로 '사심 없는 지도자'로 각인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후진타오의 행보는 중국 정치개혁의 걸림돌인 '원로 정치' 관행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차세대 지도부 인선에도 거센 입김을 불어넣은 중국 정치의 '상왕' 장쩌민에게 큰 부담을 줄 게 뻔하다. 아사히신문은 "장 전 주석의 당내 서열은 지금도 1위인 후 주석 다음으로 여겨져왔다"며 "그동안 원로들의 영향력에 시달려온 후 주석이 동반퇴진이라는 대담한 승부수를 띄워 오랜 세월 이어져온 원로 정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후진타오의 이 같은 선택을 '고도의 정치공학'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쩌민보다 군 장악력이 떨어지는 후진타오로서는 비난을 감수하고 실익이 없는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공청단의 수장인 후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직 이양을 조건으로 측근들의 요직 진출을 내 걸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5년 전 17차 당대회 때 태자당의 리더 쩡칭훙이 썼던 계책으로 시진핑이 주석직에 오르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홍콩 일간지 명보는 "후 주석이 퇴임 후 직함을 갖지 않더라도 시진핑에게 큰 빚을 안긴 만큼 영향력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가 새 지도층에 간섭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원로 정치가 반복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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