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월가 투자은행들을 비롯해 세계 경제예측기구들은 줄줄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춰 3.2%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하반기에 두 차례의 하향 조정을 통해 당초 4.5%까지 내다봤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5%까지 끌어내렸다. UBS도 2.7%라는 낮은 수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데도 이처럼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가장 큰 이유는 재정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유럽의 경제가 침체로 내몰린 데 있다. 여기에 미국도 경기부양과 막대한 재정적자 해소라는 두 가지 상반된 과제 앞에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 대다수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과거 평균치를 밑돌며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성장률 격차가 극대화할 것이라며 "2012년은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환점(depressing turning-point)'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흥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확실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전세계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선진국의 경기하강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내수가 안 좋아진데다 유럽 경제 침체 여파로 수출이 부진에 빠지면서 2012년에는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경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기구와 월가의 투자은행들 중에서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대까지 낮춰잡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경우 내년 1ㆍ4분기 중국 성장률이 7.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 역시 경기하향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터키 등은 유로존 위기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유럽발 세계 경기 둔화로 남미 국가 등 자원 수출비중이 높은 신흥국들도 성장에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흥국들은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경기부양보다는 금융긴축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정책은 유럽 침체라는 대외적 여건과 맞물려 신흥국 성장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다만 유럽 경제상황이 갑작스럽게 악화되지 않는 한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이 같은 세계 경제의 부정적 요인들이 점차 해소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1ㆍ4분기에 유럽 경제가 저점을 통과하고 신흥국 경제도 상반기 이후에는 물가상승 압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내수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속도가 내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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