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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 없는 수술 거부다

의사들이 정부의 포괄수가제에 반대해 수술까지 거부하겠다고 나선 것은 집단이기주의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대한의사협회와 산하단체는 오는 7월1일부터 병ㆍ의원에서 백내장과 편도선 등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병의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결의했다. 맹장 같은 응급수술은 일단 예외로 하겠다지만 자칫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와 같은 의료대란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포괄수가제란 질병에 따라 입원비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어서 사실상 '진료비정액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의료비 합리화를 위해 오래 전부터 시행해왔으며 국내에서도 71.5%가 이미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로 과잉진료가 줄면 환자 부담이 평균 21% 감소한다. 정부는 병원들의 수입감소를 감안해 진료수가를 평균 2.3% 올려주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포괄수가제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의사들은 진료비를 획일화하면 양질의 진료가 불가능하고 환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강변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다. 시술법이나 재료비 차이에 따른 예외규정까지 세세하게 담고 있는데다 의사 자율권도 보장해 얼마든지 탄력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의사들이 리베이트 규제에 이어 비급여 진료마저 원천 봉쇄될 것을 우려해 들고 일어났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인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갑자기 집단행동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볼썽사납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수많은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을 외면한 채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린다면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일단 진료행위는 계속하면서 문제점을 점차 보완해가는 것이 순서가 맞다. 적정 수가나 진료자율권 문제 등 쟁점 사안은 적용실태를 따져보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실여건에 맞춰 개선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의사들을 설득하되 수술을 거부하는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실정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격정지나 형사고발 등 의료법에서 정해준 권한을 적극 행사하고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면 이 또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선생님'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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