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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주식형펀드 품은 사나이… 3년은 묻어둬야 수익 내죠<br>운용사의 자존심 주식형펀드 육성 주력<br>'밸류포커스' 가치주펀드 상징 자리매김<br>취임 3년만에 수탁액 4조 가까이 늘어<br>수익률 1위 아닌 신뢰도 1위기업 될것





"140명 직원이 30조원을…" 수익률 비법은?
[CEO&Story]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주식형펀드 품은 사나이… 3년은 묻어둬야 수익 내죠운용사의 자존심 주식형펀드 육성 주력'밸류포커스' 가치주펀드 상징 자리매김취임 3년만에 수탁액 4조 가까이 늘어수익률 1위 아닌 신뢰도 1위기업 될것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대라면 대다수가 주저 없이 류현진과 오승환을 꼽는다. 서로 다른 보직임에도 이 둘은 '직구'로 승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 가운데서도 류현진과 오승환의 직구에는 다른 투수들의 공에서 볼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묵직함. 그래서 이 둘은 승부처나 위기상황에 몰릴 때마다 직구를 통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정면돌파로 승부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다. 지난 2008년 이후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조금이라도 자금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각종 신규 펀드를 만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지만 조 대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운용사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주식형펀드, 그것도 양대 축인 가치형과 성장형펀드에만 모든 힘을 집중했다.

조 대표는 "운용사의 자존심이 바로 주식형펀드인데 처음 KB자산운용으로 왔을 때 주식형이 많이 취약한 상태였다"며 "펀드 라인업을 정리하고 매니저를 충원하며 주식형펀드의 업그레이드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장기 수익률이 보장되는 대표펀드 육성이다. 그는 "운용사가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대표펀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에 충실하면 고객들의 믿음으로 인한 수탁액 증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펀드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조 대표는 망설임 없이 '3년 수익률'이라는 답안을 내놓았다. 적어도 한 명의 매니저가 충분한 변동성을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수익을 내려면 1~2년으로는 힘들다는 게 그의 평가다. 조 대표는 "하나의 펀드가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따라서 6개월ㆍ1년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조금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펀드 투자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부임 이후 조 대표는 매니저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며 그 기준을 3년으로 잡기도 했다.

조 대표의 이러한 신념은 그가 내놓은 펀드 상품들을 보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조 대표의 첫번째 작품은 2009년 11월에 선보인 KB밸류포커스다. 이 펀드는 출시 3년이 지난 현재 KB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이자 가치주펀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출시 3년 누적 수익률은 93.61%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1.75%인 점을 감안하면 4배를 웃도는 수익을 고객에게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익률은 KB밸류포커스로 투자자들이 이동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조3,175억원으로 전체 가치주펀드들 중 유일하게 1조펀드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로써 KB자산운용은 주식형펀드 분야에서 2002년 출시된 성장주펀드 KB그로스포커스와 KB밸류포커스의 양대 축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조 대표는 지난해 또 하나의 슈퍼스타를 선보였다. 대형주 위주인 펀드들의 틈을 메우기 위해 새로 출시한 KB중소형포커스가 주인공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4일 기준 KB중소평포커스의 올 수익률은 31.28%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단연 '톱'에 올라 있다.

대표펀드들이 승승장구하니 운용사 성과가 덩달아 높아졌고 수탁액도 급등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순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운용사 가운데 KB자산운용의 3년 수익률은 26.80%로 단연 1위다. 올 들어서도 3.86%의 수익을 올려 업계 평균(2.35%)을 훨씬 웃돈다. 이러한 성과는 곧 주식형펀드 환매에 열중하던 투자자들조차 KB자산운용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최근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총 6조1,007원으로 전체 운용사 중 네번째로 많다. 조 대표 취임 이후 불과 3년여 만에 수탁액은 4조원 가까이 증가했고 순위는 4단계 올라섰다.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펀드로 저절로 몰려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외환과 채권ㆍ주식 등 금융투자 업계 각 분야에서 경험을 다져왔다.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1988년 씨티은행 외환딜러였다. 그는 "당시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달러화 가치가 3~4년 동안 일방적으로 폭락하던 시기였다"며 "소위 외환투기 부문의 인력수요가 많았고 그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머징마켓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 남미ㆍ러시아 채권투자 붐이 일었던 1995년부터는 외환에서 채권으로 업무를 바꿨다.

그러던 그가 자산운용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파트너로 참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쇼크에서 조금씩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이때를 '자산운용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했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바이코리아'를 통한 주식 붐이 일어난 시기에 국내에서 세번째로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며 "시대적 흐름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갔고 특히 국가 부(副)의 증감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운용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조 대표는 주식형펀드를 내실화하고 인프라 투자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대체투자 대상 중 부동산의 경우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시장도 하향곡선을 나타내고 있고 공급도 많아 언제든지 원하는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며 "반면 인프라 자산은 희소성이 있고 특히 정부나 지자체가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프라펀드의 경우 민간이 건설하고 국가나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한 뒤 일정기간 직접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과 건설 후 정부가 운영하되 민간투자자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조 대표는 "대구~부산 고속도로와 군산항만, 남양주 고속도로 등 시설 건설에 BTO 방식으로 참가했으며 상하수도와 병원ㆍ학교ㆍ군대시설 건립 등에는 BTL 형태로 들어가 있다"며 "앞으로도 인프라 시설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KB자산운용이 보유한 인프라 약정액은 5조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마지막으로 KB자산운용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조 대표는 망설임 없이 "신뢰도 1위 운용사"라고 답했다. 조 대표는 "수탁액 1등을 목표로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수익률 1등을 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경쟁사가 더 잘할 수도 있고 특히 덩치가 커질수록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상과제는 아니다"라며 "KB자산운용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저조한 6개월 수익률을 보고도 걱정하지 않는 회사,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순간 조 대표의 표정에서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에이스 류현진과 돌부처 오승환의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 조재민 대표는▦1962년 서울 ▦1981년 충암고 졸업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미국 뉴욕대 경영학석사 ▦1988~1995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자금부 ▦1995~1996년 동양종합금융 딜링룸 ▦1996~1998년 크레디아그리콜앵도수에즈 홍콩지점 한국데스크 ▦1998~1999년 스탠다드은행 홍콩지점 아시아채권팀장 ▦199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사 ▦2000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 ▦2009년~ KB자산운용 대표

■ 조 대표가 바라는 운용사 모습은고수익 좇지 말고 대표펀드 내실 다져야조재민 대표에게는 특별한 취미생활이 없다. 흔히 사장님 하면 떠오르는 골프도 가끔 업무 관계로 하는 것이 전부다. 조 대표는 "내 취미생활은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즐기면서 일을 하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고 자연스레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산운용이라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매번 잘할 수 없다"며 "좋은 사람들이 모여 팀워크를 발휘할 때 높은 수익률이라는 성과를 쟁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번씩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갖는다.

조 대표가 생각하는 KB자산운용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모범적인 운용사가 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직원만 2만명에 달하는 대형은행의 자산규모가 200조원인 반면 우리는 140명의 직원이 30조의 고객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1인당 운용자산 규모로 볼 때 은행의 10배 이상"이라며 "자산운용사가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과 책임을 가졌음에도 일부 운용사들이 자기 배를 불리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은 최근 20년 동안 한국에 투자해 250조원의 차익을 거둔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 2006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해외투자를 시작해 지금까지도 30% 이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우후죽순처럼 유행 펀드를 출시해 투자자들이 '상투'를 잡게 만든 데는 자산운용 업계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모범적인 운용사가 많아야 한다"며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기보다 대표펀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둬 자산운용 업계의 발전을 이끄는 KB자산운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보면 예금과 보험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사람들과 주식ㆍ선물ㆍ옵션 등 변동성이 큰 자산에만 투자하는 사람들로 양분돼 있는데 그 중간 형태인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의 경우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200조원으로 10년 전의 600조원에서 두 배로 성장한 것처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년에 7%씩만 증가하면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펀드 수익률 상승에 따른 환매는 당연히 합리적인 부분이지만 이익실현 비중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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