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 가서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쳐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다. 특히 야당이 정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총선 필승 건배사 논란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깊이 유념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사과했다. 정 장관은 또 "평소 술을 잘 하지 않는 저로서 갑작스러운 건배사 제의를 받았고 건배사가 익숙지 않아 마침 연찬회 브로슈어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하게 됐다"며 "어떤 정치적 의도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순한 덕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제 말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오게 됐다"면서 "송구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장관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건배사 논란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장관으로서 자신의 용퇴를 먼저 밝히는 게 부적절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번 사과를 통해 논란이 서둘러 봉합되기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정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도 "생각이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장관으로서는 건배사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배수진을 친 셈이다. 논란이 여기서 더 확대되면 정부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원칙대응으로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보인 후 노동시장 등 4대 개혁에 속도를 낼 참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호기를 잡았다며 더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 장관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 장관의 발언은 위법성이 뚜렷하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민에게 명확히 위법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 장관의 해임 추진을 공식화했다. 남은 것은 여론의 향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