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25ㆍ하나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에서 '18번홀의 불운'에 또 한번 눈물을 삼켰다.
김인경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GC(파72ㆍ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베아트리스 레카리(25ㆍ스페인)와 공동 1위(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에 올랐지만 연장 접전 끝에 우승 문턱에서 물러났다.
2010년 11월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김인경은 아쉽게도 모처럼 잡은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한때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문제는 퍼트였다. 중요한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하면서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7번홀까지 버디만 3개를 골라낸 김인경은 11ㆍ12ㆍ13번홀 연속 보기로 벌었던 타수를 모두 잃었다. 긴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 분위기를 바꾼 그는 이어 16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우승기회를 잡았다. 내리막에 280야드로 짧은 이 홀에서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날려 '원 온'에 성공했고 2m 남짓한 거리에 붙인 것. 그러나 이글 퍼트가 빗나갔고 17번홀(파5)에서도 비슷한 거리의 버디 기회를 놓쳤다.
공동선두였던 18번홀(파4)에서도 1.5m가량의 파 퍼트를 실패했다. 다행히 바로 뒷조에서 경기를 한 레카리도 보기를 범한 덕에 연장승부 기회를 얻었지만 끝내 우승컵을 품지 못했다. 18번홀에서 계속된 두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킨 김인경은 그린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퍼터로 친 레카리의 세 번째 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고개를 떨궜다.
김인경은 유독 18번홀에서 불운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4월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악몽을 겪었다. 당시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0㎝ 정도의 파 퍼트를 넣으면 우승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볼이 홀을 돌아 나오자 김인경은 손으로 입을 가렸고 이 때문에 연장전에 들어간 뒤 결국 유선영(27ㆍ정관장)에게 패하고 말았다. 앞서 루키였던 2007년에는 웨그먼스 LPGA 대회 마지막 날 18번홀(파4) 파 퍼트를 놓치고 연장전에 끌려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우승을 내줬다. 2010년 코닝 클래식에서도 연장전 끝에 최나연(26ㆍSK텔레콤)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경기 후 김인경은 "몇 차례 퍼트라인을 잘못 읽었다. 누구나 기회를 살리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그런 날들 중의 하루일 뿐"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2주 뒤 열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기회가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계랭킹 45위 레카리는 신인이던 2010년 CVS파머시 대회 이후 이날 통산 두 번째 우승으로 25만5,000달러(약 2억8,300만원)를 받았다. 첫날 선두에 올랐던 재미교포 제인 박은 공동 6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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