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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아도 춤출 수 있다 믿었죠

경희대 무용학 석사 고아라씨

청각장애 딛고 발레리나 꿈 펼쳐

"원동력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양쪽 청각이 모두 성하지 않지만 발레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올해 경희대 무용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고아라(26·사진)씨는 24일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학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버텨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생후 4개월 만에 고열과 몸살로 청각장애의 일종인 '감각신경성 난청'을 얻었다. 보청기를 이용해도 한쪽 귀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애도 무대에서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창작발레 '강아지 똥'을 시작으로 '돈키호테' '난센스' '아리랑' 등 15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빼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으로 2012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 나가 성실상을 탔고 지난해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회인 '미스데프(Deaf)코리아'에서 진(眞)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씨는 "대학원까지 수료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다른 동료와 똑같이 발레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느린 아다지오 음악은 익숙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들어보고 빠른 알레그로 같은 경우는 우선 박자에만 맞춰서 연습했다. 특히 솔로안무가 포함됐던 '강아지 똥'을 연습할 때는 음악을 수백 번 들었다.



어릴 적부터 청각장애를 앓던 고씨는 7세 때 취미로 무용을 시작했다.

고씨의 어머니는 장애를 안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아노·미술·컴퓨터 등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줬다. 그는 같은 이유에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녔고 피나는 연습 끝에 수화가 아닌 구화(口話)를 구사하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 밤낮 없이 말 연습을 했다"며 "입에 볼펜이나 막대기를 물고 'ㅋ' 발음을 느끼고 수백 번을 연습해 '파' 발음을 냈다"고 말했다.

고씨는 2002년 경희대 객원교수로 있던 박재근 교수와의 인연으로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발레학교에 연수를 다녀온 계기로 진로를 정했다. 그는 "알싸한 겨울 특유의 공기 냄새와 거리 전광판 속 '-28℃' 글씨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러시아 무용 연수생활을 회상했다. 이후 덕원예술고를 거쳐 경희대 무용학과 학부와 대학원에 진학했다.

고씨는 경희대 발레단 '발레노바' 활동뿐 아니라 학내 봉사, 청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재능기부 공연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돕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현재 '무용을 통한 청각장애인의 신체적·인지적·정서적 연구에 관한 동향 분석'이라는 가(假)주제로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씨는 "아무래도 내가 장애가 있다 보니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장애인이 무용에서 어떤 신체적·정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학계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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