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스노든에 대한 망명 허용은 법 집행과 관련한 양국 간 오랜 협력을 훼손했다. 공식·비공식 요청에도 러시아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에 매우 실망한다"고 비판했다. 카니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 G20 정상회의 참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의 유용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의 이 같은 언급은 처음 있는 일로 미국의 분노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역시 '정면에서 뺨을 맞은 격'이라며 격분하고 있다. 척 슈머(민주ㆍ뉴욕)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등을 찌르고 나서 비틀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다른 정상들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이민국은 임시 망명을 신청했던 스노든에게 1년간의 한시적 망명을 허가하고 1년 뒤에는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스노든은 미국으로 강제 추방당할 위험에서 벗어나 러시아에서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게 됐으며 원하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자격도 취득했다.
미국의 줄기찬 인도 요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스노든에 망명을 허용함에 따라 가뜩이나 삐걱거리던 양국 관계에 메우기 힘든 갈등의 골이 패였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스노든 문제 외에도 시리아 내전, 핵무기 감축,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문제 및 이란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핵심 현안마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앤절라 스텐트 조지타운대 교수는 "주요 이슈 가운데 미·러 양국이 합의를 이룰 만한 건 하나도 없어 보인다"면서 "양국의 다음 행보가 더욱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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