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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무원의 개인적 의견

"그렇게 말했다면, 개인적 의견입니다."

서울시가 건립물량의 21.6%를 소형주택으로 짓는 정비안을 제출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에 소형비율을 30%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가자 시(市) 담당과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조합 측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 만일 했다손 치더라도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보도를 접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과 항의에 시달릴 처지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실소가 절로 나왔다. 재건축을 담당하는 주무부서 공무원이 조합 측에 건넨 말이 개인적 의견이라니.

조합 측 관계자와 구체적으로 오간 말을 들여다보면 그의 이 같은 답변은 더욱 궁색해진다. 조합원 분양물량이 아닌 일반 분양분에서 소형비율을 높이게 되면 조합원들의 불만도 피해갈 수 있고, 종(種)상향안 통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종상향을 하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은근히 협박한 것이다. 이쯤 되면 칼만 들지 않았지 인허가권이라는 무기를 내세운 '행정폭력'이나 다름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건축ㆍ재개발과 관련해 해당 주민들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핵심은 주민의사에 따라 사업 진행여부를 가린다는 것이다. 이미 구역 해제여부를 놓고 주민대상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ㆍ재개발과 달리 재건축 사업에서는 주민들의 의사는 온데간데 없다. '공공성 강화'라는 서울시의 개발철학만이 강요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강남권 재건축으로 소형주택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서울시의 걱정도 이해된다. 재건축을 준비하는 개포주공단지의 소형비율이 95%에 가까우니 최소한 절반 정도는 소형주택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까지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목적이 아무리 대승적이라고 해도 일방향적인 정책추진은 곤란하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청사에 들어앉아 '개인적'으로 '30%룰'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재건축 단지를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과 단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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