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자원개발업체 글로웍스는 몽골에서 수조원대 금광 개발사업을 한다는 호재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뿌려 수많은 코스닥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추후 금광개발 호재는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소액투자자들은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2년 만에 "시세조종 기간 동안 입은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기업의 해외 사업이 사실인지 여부를 국내 투자자들이 확인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이 감시를 소홀했다거나 신중하지 못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주식ㆍ펀드 등을 통한 재테크가 일반화되며 증권ㆍ금융 투자 관련 소송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라도 투자자들이 받는 손해배상 비율이 재판부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중하게 투자하지 못한 투자자의 책임을 묻는 과실상계 부분이다. 대다수 재판부가 '투자자에게도 신중하게 투자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의 책임을 나누도록 판단하고 있지만 이 모호한 문구에 대한 해석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일례로 2007년 K은행 지점의 권유에 따라 펀드 17개에 4억5,000만원을 나눠 투자했던 주부 이모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가 반토막나며 2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씨는 위험한 금융상품을 소개한 은행에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 4월 서울고법은 은행에 이씨의 손해액 30%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주부 김모씨는 2007년 H은행이 판매한 16개 금융상품에 60억원 상당을 투자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10억원의 손실을 본 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손해의 15%만을 인정했다. 김씨가 유명여대 약학과를 나올 정도로 학력 수준이 높았기에 좀 더 신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준이 없다 보니 법원이 집단배상이나 거액의 배상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관례적으로 일정 책임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증권소송 전문변호사는 "고의적으로 이뤄진 증권사기에 대해서도 투자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액을 깎고는 하는데 공시 등을 믿고 해당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왜 잘못을 전가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경향은 원고가 많은 소송이나 배상금이 높은 소송일수록 자주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법원에서도 지금같이 투자자에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경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승록 서울중앙지법 기업전담부 부장판사는 "누구나 주식이나 펀드에 쉽게 투자하는 요즘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을 묻는 관례는 분명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ㆍ증권 소송이 늘어나는 만큼 납득할 만한 과실상계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