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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미국도 내셔널리즘인가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바스크 분리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바스크민족당(PNV)과 빌두가 제1ㆍ2당에 나란히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벨기에에서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북부 플랑드르 분리독립을 추구해온 플랑드르연대(NVA)가 압승을 거뒀다.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과 폭력 행위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념을 꼽으라면 ‘내셔널리즘’으로 표현되는 민족주의, 또는 국가주의가 아닐까 싶다.

유럽에서는 유로화의 존립을 위협하는 재정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라는 전후 최대 위기 상황에서 내셔널리즘이 되살아났다. 동북아도 마찬가지다. 장기 불황과 대지진, 국제사회 위상 추락으로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일본에서나, 권력 교체기의 정치 혼돈과 경기둔화로 사회 불안이 우려되는 중국에서나 민족주의가 거세게 일고 있다.

사실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내셔널리즘은 부정적으로만 볼 개념이 아니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면에서 내셔널리즘은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는 건설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내셔널리즘은 여론을 호도하고 대외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파괴적인 면모가 강하다. 리더십을 잃은 정치인들이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용하는 포퓰리즘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 오늘날의 내셔널리즘이다.



그런 내셔널리즘이 대선 정국을 틈타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위태로운 경제 상황 속에서 박빙의 접전을 펼치는 대선 후보들은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펼치더니 급기야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까지 도마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두 후보 간 2차 TV 토론에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22차례나 나왔다고 한다. 물론 부정적인 맥락에서 거론된 것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현상이라지만 내셔널리즘으로 인한 갈등이 만연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 패권국인 미국마저 국가주의에 경도된다면 그 파장은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미국 대선 후보의 마지막 3차 토론이 열린다. 애국심으로 치장된 두 후보의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한 리더십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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