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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무신경이 초래한 재산세 갈등

오는 6월1일을 기준으로 부과될 재산세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의회가 재산세율을 50% 낮추는 조례안을 전격적으로 가결시킨 데 이어 서초구와 송파구 등도 정부의 재산세 인상 방침에 반발, 탄력세율 적용을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서면서 주민 부담을 낮춰줄 것으로 보여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대립이 불가피해졌다. 한마디로 투기억제와 주민부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셈이다. 강남구 의회의 재산세 인하 조례의결에 법적인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세법상 자치단체장이 재산세율을 5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최고 7배까지 무거워지는 재산세 부담에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게 사실이다.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건물에 대한 세금이므로 가격이 같더라도 강남의 25평보다는 강북의 70평 아파트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견해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투기억제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위해 시행한 보유세 강화정책에 지자체가 반기를 든다면 국가 정책의 꼴은 무엇이 되는가. 강남지역의 높은 부동산 가격을 반영한 보유세의 현실화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동산투기 억제책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강남구 의회에 대해 조례안의 재의를 강력히 권고하기로 한 모양이다. 하지만 만장일치로 의결됐으므로 재의결에 필요한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끌어내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행자부는 기초자치단체가 재산세율을 낮추면 재정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혀왔지만 단 한푼의 재정지원도 받지 않는 기초 자치단체에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탄력세율의 범위를 줄이거나 자치단체장의 과표 결정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올 가을 지방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이 같은 결과가 일찍부터 예견됐음에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중앙정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이 같은 혼란은 세제에 의존한 부동산 투기대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책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려 매매자체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다. 정부는 값만 올랐을 뿐 팔리지도 않는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만 몇 배나 더 내야 하는 납세자의 처지를 간과한 면이 있다. 보유세를 올렸으면 거래세를 낮추라는 얘기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거래세는 거래가 있어야 내는 세금이지만 보유세는 부동산 보유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므로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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