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를 포함한 여권 핵심 8인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사건의 본질은 정치 부패다. 여기에 대선 불법정치자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리고 기타 물건"으로 지칭된다. 이런 정치자금은 '민주주의의 비용'이고 '민주주의의 모유'라는 말이 있다. 선거운동을 비롯해 정당조직의 유지·확대 등 정치활동을 하는 데 정치자금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10만원 이상 기부 명단 상세히 공개
물론 여기에는 대전제가 있다. 정치자금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그리고 과도하지 않게 조성되고 사용돼야 한다. 과도한 정치자금 지출은 공직을 돈으로 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기회의 불균등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치자금에 대해 국고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대선은 예외로 하고 있다. 예비선거에 대해 지원하고 대선 후보가 20개 이상의 주에서 개인으로부터 각각 5,000달러 이상을 모금하면 그에 상응해서 연방자금을 제공한다.
물론 각국의 정치자금 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점은 누가 정치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는가에 따라 정당 및 정치인이 누구의 이익과 정책적 입장을 대변하는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대기업이 정치자금의 통로를 독점한다면 친재벌적인 정책이 양산될 수 있다. 뒷거래를 통해 불법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가면 부패정치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정치판에서 돈과 탐욕이 춤추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이 문제를 놓아두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의 핵심으로는 첫째,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개인이 50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경우 개인 신원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해 공개하도록 돼 있다. 우리도 10만원 이상 기부자 명단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징벌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대선 후보가 선거자금 조달의 모든 것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처럼 정당이 아니라 대선 후보에게 직접 국고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대선 후보 핵심측근들이 후보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편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불법자금 제공 사면 제한·징벌 강화를
셋째,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개인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공적으로 간주해 일정 기간 사면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성 전 회장의 경우 불법 비리인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런 잘못된 전례가 제2, 제3의 성완종을 만들 수 있다.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부패 없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변혁을 이뤄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의 문제를 그냥 덮고 가면 정치도 죽고 경제도 죽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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