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관점에서 조선시대의 제도와 관습을 이해한다면 역사를 발전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지향적인 경제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 우리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봉건주의적 경제관념의 잔재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는 8월 6일부터 5주 동안 서울시교육청 송파도서관에서 ‘조선왕조실록으로 보는 나라 살림살이’라는 제목으로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강좌를 준비하고 있는 임용한(사진) 박사(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에 얽힌 조선시대의 정치와 법 그리고 관습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눈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대중 강좌에 참가한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은 올해 3회째로 철학과 영화, 신화와 문학, 건축과 미술, 역사와 경제 등 29개 주제의 융복합적 인문학 강좌로 구성,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 공부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치와 제도를 만들어놨는데 사람 사는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정책과 제도가 탄생한 연도 중심으로 암기해버리니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 사건, 제도를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쉽고, 오늘을 살아가데 필요한 수많은 지혜를 던져주기도 한다”며 역사를 인문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임 박사는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봉건주의적 경제관념의 잔재의 예로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들었다.
“우리는 ‘돈’의 순기능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지배적이죠. 돈이 인간을 타락시키기 때문에 돈을 없애면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가진 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질, 결국 사회의 전체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그러나 세계 역사를 보면 돈이 등장하면서 직업의 귀천이 없어지고 과거의 관습적 차별이 완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요. 돈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답니다.”
그는 인도 천민들의 직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거 인도에서 전통 신발 가게, 푸줏간 등은 천민들의 차지였지만 도시화로 푸주간은 돈을 벌고 전통신발가게는 쇠퇴의 길을 걷게 돼요. 푸주간 주인은 돈을 벌면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갔지만, 전통 신발을 만들던 사람은 여전히 가난한 채 사회적 지위도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임 박사는 사건과 제도 중심으로 정형화돼버린 대학 강의 대신 당대를 살았던 사람의 삶에 맞춰 기록을 풀어내고 세계 역사의 시대적 맥락에서 비교 연구하기위해 2013년 KJ&M인문경영연구소를 설립하고 김인호 광운대 교수, 노혜경 덕성여대 연구교수 등 대학 후배들과 함께 단행본 집필과 기업 강의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교보문고 펴냄)’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 펴냄)’ 등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낸 저서들은 스테디셀러에 올랐고, 기업의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게 임 박사의 설명이다. 이번 강좌도 세 사람이 참가해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강좌 구성을 보면 1강-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다, 2강-조선시대 가계부, 3강-공방전: 돈이 돌면 세상이 바뀐다, 4강-경제개혁론: 정약용·박제가·아담스미스, 5강-조선의 3대 경제개혁: 대동법·균역법·호포제 등이 준비되어있다. 아울러 송파도서관(8월6일~27일)에 이어 강남도서관(10월5일~11월2일)에서도 강의가 계속된다.
한편 고인돌 3기에서 조선시대 역사 부문의 강좌를 맡은 임 박사는 ‘조선왕조 실록으로 보는 나라 살림살이’ 외에도 ‘리더를 키우는 교육:조선의 왕과 사대부의 교육’ 을 개설했다. 왕의 통치력이 국운을 좌우하던 조선시대에 왕과 사대부가 어떤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는지를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엄격한 교육으로 진정한 군주로 거듭났던 세종과 성종 그리고 리더로서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연산군, 선조, 광해군 등을 비교하면서 리더의 교육이 조선시대 국운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리더교육을 주제로 한 강좌는 고덕평생학습관(11월5일~12월3일)에서 열린다. 참가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에버러닝(www.everlearning.org)과 각 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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