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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사주의 눈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한 반도체 장비업체의 재무담당 과장을 얼마 전 만났다. 그는 3년 전 회사가 상장할 당시 2,000만원 이상을 들여 우리사주를 샀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져 현재 평가손실이 50% 가까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치과용 재료가공 업체에 다니는 한 후배는 회사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시행한 우리사주 모집에 1,000만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주가로는 600만원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손실이 커졌다. 한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 역시 우리사주 모집에 3,000만원가량을 쏟아 부었지만 손실률이 30% 이상 발생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우리사주 모집의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 120곳 가운데 71곳의 주가가 유상증자 때보다 떨어졌다. 10곳 가운데 6곳이 손실을 본 셈이다.

우리사주제도를 손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반공모 투자자는 본인의 자유선택에 따른 투자손실이라 말할 수 있지만 우리사주는 조금 다르다. 회사 내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상사의 "우리 사주에 투자하지 않은 직원이 있다"는 말 한마디만으로 이튿날 바로 청약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일부 기업 직원들 가운데는 "투자가 부담스럽지만 남들 하는 만큼은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침 우리사주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선진국처럼 우리사주 투자에서 원금보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과 증권사가 손실보전 계약을 체결하면 이런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가 일정 규모의 풋옵션을 매수해 주가가 떨어질 때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상품설계가 쉽지 않고 대형사 위주로 돼 실효성이 떨어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며 우리사주의 원금보장률을 조금씩 높인다면 회사의 주가만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직원들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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