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집 한 채에 평생 모은 재산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러 기관의 통계치를 살펴봐도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70~80%는 부동산이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새삼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최근의 사회적ㆍ인구구조적 변화를 감안하면 과도한 부동산 비중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이로 인한 노령화와 은퇴문제다. 이미 고령화가 전세계에서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100세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 같은 우려가 많다는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한층 키우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막상 은퇴를 했는데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자금원이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집 한 채 뿐이라면 우리의 노후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집을 활용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방법 중 하나는 물론 집을 파는 것이다. 보통 큰 평수의 집을 매각하고 작은 평수의 집을 사서 차익으로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최근의 주택시장을 보면 큰 평수의 집값은 떨어지는 대신 중소형 평수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거나 오히려 올랐다. 따라서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을 사더라도 오히려 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지방의 집값은 오히려 올라 지방으로 이사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주택 매매차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결국 집을 활용해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은 예상과는 달리 실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길어진 노후와 은퇴 전후 대략 30~40년을 일컫는 서드에이지(Third Age, 제 3연령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세밀한 주거계획을 세우는 일은 필수가 됐다. 은퇴 직전 혹은 직후에나 부동산 투자 비중을 조절하기 시작한다면 이미 늦을 수 있다. 미리미리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과도한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또 고령화가 야기하고 있는 최근의 주택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펴 개인의 주거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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