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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에 구멍이 뚫렸는데 열 손가락으로 막을 수 있습니까?" (위융딩)
"위안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통제가 가능합니다." (이강)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소 창립 20주년 포럼이 열린 지난 19일. 토론이 마무리될 즈음 사회자는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 겸 국가외환관리국장과 위융딩 사회과학원 교수 간 1대1 토론을 제안했다. 주제는 자본계정 개방. 자본시장 개방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해온 위 교수와 위안화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부총재의 토론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위 교수는 "이미 여기저기 투기세력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자본개방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자본항목 자유화는 중국 경제에 많은 이점을 주지만 동시에 큰 리스크도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본개방이 금융 및 경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중앙은행이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교수는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기자본의 차익거래와 외환도피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며 "정책은 부작용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통제가 가능할 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 교수는 환율과 자본계정 개방 관계에 대한 정책당국의 보다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마치 (자본계정 개방에 대한) 일정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인민은행의 지나치게 빠른 자본계정 개방속도를 정면 비판했다. 위 교수는 위안화 자유태환과 자본계정 개방으로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반대 논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의 넘쳐나는 외환보유액은 위안화 태환 때문이 아니라 쌍둥이 흑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환율이 저평가되고 평가절상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라며 "만약 위안화의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해지면 유동자본이 많아지면서 외환보유액이 늘거나 줄겠지만 꼭 이렇게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재는 위 교수의 논리를 부분적으로 인정하지만 금융개혁을 위한 위안화 자유태환과 자본계정 개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재는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위안화는 세계의 어떤 화폐보다 변동성이 작다"며 "위안화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때가 자본계정 개방 등 위안화 개혁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 경제가 연간 4조달러의 무역수지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과거와 달리 복잡해졌다"며 "1년에 5만달러인 환전한도 등의 규제는 스스로 발목을 잡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재는 "위 교수가 걱정하는 문제를 고려해 국제수지 통계와 해외 투기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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