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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3월16일] <1344> 장 모네

‘학습부진ㆍ체력미달.’ 유럽 통합의 씨앗을 뿌린 장 모네(Jean Monnet)의 어린 시절이 이랬다. 코냑 와인상의 아들로 1888년에 태어나 유복한 환경 속에서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16세 때 대학진학을 포기해버렸다. 학업에 실패한 아들을 외국으로 보내며 그의 부친은 이렇게 말했다. ‘책은 한 권도 넣지 말아라.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라’고. 10년간 영국을 거쳐 미국과 캐나다, 북유럽 3개국과 러시아ㆍ이집트를 돌아다녔던 여행은 그에게 기회를 안겨줬다. 1차대전 중 프랑스군의 해외 군수물자 조달업무를 맡아 능력을 인정 받고 1919년에는 31세의 나이에 국제연맹 사무차장으로도 뽑혔다. 1923년 국제연맹에서 나온 뒤에는 국제금융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경제재건을 거들고 장제스의 후원 아래 중국의 철도망을 재정비했다. 2차대전에서는 드골 밑에서 자유프랑스를 이끌었다. ‘세계시민’으로서 모네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1950년. 프랑스 경제계획청장이던 그는 외무장관인 슈망과 손을 잡고 유럽 석탄철강공동체를 만들어 스스로 의장을 맡았다. 프랑스와 독일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벨기에 군대를 통합한 ‘유럽군’을 창설하자는 제안이 드골 때문에 막혔을 때는 공직을 던지고 ‘유럽합중국을 위한 행동위원회’를 결성, 1979년 3월16일 91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유럽 통합을 위해 온 힘을 다 바쳤다. 유럽 통합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시아에서도 통합이 가능하며 모네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역내 주요국 간 반목과 불신도 문제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학업에 실패한 소년이 사회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끈 사례를 찾기 힘든 탓이다. 안팎에서 차별은 되레 심해지고 통합은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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