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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항공파업에 한숨짓는 전자업계

민병권 기자<산업부>

“만약 항공 파업이 휴가 시즌을 지나 8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면 수출 물류 적체의 부담은 겉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가전업체의 한 관계자) 요즘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 파업사태를 지켜보느라 매일 밤늦게 퇴근하던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자 이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전자업계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주력제품인 반도체와 휴대폰의 항공 수출길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행여나 납기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이달 초부터 시작되는 보름가량의 휴가가 끝난 이후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조업에 복귀하는 이달 중순부터 다시 제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항공편으로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체 항공편 등을 마련해가며 가까스로 화물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조종사 파업이 8월 중순 이후까지 장기화되면 정말 대책이 안 선다”며 “다음달에는 추석까지 끼어 있어 파업이 8월 말까지 넘어간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잔뜩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들은 연간 계약으로 물류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대체 항공편을 잡는다고 해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기업에 비해 대체 항공편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다 어렵게 다른 비행기를 잡는다고 해도 물류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체 수송로를 홍콩ㆍ싱가포르 등으로 돌리거나 임대 전세기를 투입할 경우 항공 운임이 25~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항공 파업은 누구의 잘잘못이나 결과 여부를 떠나 노사 양측에게 상당한 피해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처럼 고객들은 등을 돌리고 외국항공사에서는 몰려드는 고객과 화물에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 결코 오래 지속돼서는 안된다. 한평생 전자부품 수출에만 매달려온 한 중소부품업체 사장은 “중소기업들은 납기를 제때 못 지키면 계약 파기로 이어져 아예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며 “조종사들도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만큼 고객과의 신뢰를 금쪽같이 여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제껏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노사 모두 중소기업 사장의 간절한 호소를 한번 귀담아 들었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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