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산 전문가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동건(39·연수원 29기) 변호사는 요즘 전화 받는 게 업무 아닌 업무가 돼 버렸다. 경기불황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키코(KIKO) 투자로 부실해진 태산LCD 워크아웃 작업을 진행중이다.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는 변호사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지만, 워크아웃은 채권자인 은행 등 민간의 관리 하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때문에 변호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 경력 10년차인 이 변호사는 굵직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자문 업무를 도맡아 왔다. 2003년 SK글로벌(현 SK 네트웍스) 구조조정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 이후 그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회사를 치료하는 ‘의사’에 곧잘 비유한다. 이 변호사는 “환자의 환부(부실)를 도려내고 피(유동성)를 공급해 죽어가는 환자(기업)를 다시 살려내는 과정이 의료행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이 돌면 의사의 수요가 폭증하듯,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기업회생 전문 변호사가 바빠진다”면서도 “도산전문 변호사가 생계를 걱정해야 나라 전체적으로 좋은데, 지금의 상황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씁쓸해 했다. 이 변호사는 한 때 검사로 외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다 1년도 채 안 돼 다시 변호사로 되돌아 왔다. “사람을 처벌하는 일은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그만뒀습니다. 대신 죽어가는 기업을 되살리고, 기업 관계자들과 친형제 같은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도 변호사로서의 보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기업을 고치는 ‘의사’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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