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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90> 감정 과잉을 경계하라,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 일이 본인이나 가까운 지인, 가족과 관련된 것이라면 쉬이 흥분하게 된다. 피해를 입은 상대방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게 되면서 감정적으로 이입하는 것이다. 감정이 앞선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면 정작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억울한 상황을 타개해 줄 핵심 인물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우선은 이러한 ‘조력자’를 온전히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조력자를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꺼이 도울 수 있게 하려면 피해자에 이입한 일종의 ‘감정 과잉 상태’는 자제하기 어려워도 반드시 자제해야만 한다. ‘감정 과잉’은 ‘너도 이렇게 느껴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조력자가 피해자에게 공감하기 어렵게 하는 악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설득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일이다. 한비자는 <설난편>에서 설득하는 사람이 힘써야 할 일은 상대방이 자랑으로 여기는 바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부끄러워하는 일을 없애줄 줄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수를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비자는 “마음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치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설득자는 그를 위해서 그것을 아름답게 꾸며 설명하고,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함을 졸렬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을 때는 설득자는 같은 행동을 한 일을 예로 들어 해로울 것이 없음을 크게 꾸며서 말해야 하며, 무슨 일에 실패하였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실패한 일의 예를 들어 아무런 실책이 없음을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물론 한비자의 이 같은 설득법은 윗사람, 즉 임금에게 진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지만 얼마든지 우리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메시지는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억울함을 해소해 줄 실무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자. 애초에 그가 제대로 일했더라면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 억울함과 분노가 솟구친다. 본능적으로 “이렇게 될 때까지 대체 뭘 했느냐”고 다그치게 된다. 이 때 당신의 피해에 책임감을 느끼던 담당자는 반발심이 작동할 지 모른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감정 과잉으로 인한 악순환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진심’이 빠질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강한 감정은 특히 제3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그렇게 억울하게 당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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